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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별'들 우르르 한나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에 '별'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당 안보결의대회에는 예비역 장성 5백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에겐 당 국책자문위원이나 국방안보위원직이 주어졌다. 이틀 후엔 예비역 장성 다섯명이 추가로 국책자문위원에 임명됐다.

한나라당이 영입한 예비역 장성 가운데 대장 출신은 13명(2명 비공개)이다. 육군 출신으론 이기백(李基百·육사 11기)전 국방부장관, 송응섭(宋膺燮·육사 16기)전 합참1차장, 신말업(申末業·육사 16기)전 3군사령관, 이문석(李文錫·육사 17기)전 1군사령관, 김연각(金淵珏·육사 17기)전 2군사령관, 장성(張城·육사 18기)전 연합사부사령관, 김인종(金仁鍾·육사 24기)전 2군사령관 등이 있다.

김인종 전 사령관은 99년 국방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있으면서 병무비리 특별수사팀을 관리했다. '병풍(兵風)'이 한창이던 지난 8월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에 대해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의 입당을 비난하고 있다.

김홍렬(金弘烈·해사 16기)전 해군 참모총장과 김상태(金相台·공사 2기)·김홍래(金鴻來·공사 10기)·김성용(金成龍·사관후보생 4기) 전 공군 참모총장도 입당했다.

예비역 장성들의 무더기 입당에 대해 한나라당은 "군심(軍心)이 DJ(金大中대통령)정권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햇볕정책과 대북(對北) 유화 정책으로 주적(主敵)개념마저 희박해진 데 대한 불만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대 홍두승(洪斗承·사회학)교수도 "햇볕정책으로 안보문제가 소홀히 다뤄진 데 대한 항의성 입당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전쟁 기념일 때 예비역 장성 2백여명이 군복을 입고 시위를 했고, 예비역 모임인 재향군인회와 성우회가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을 여러 차례 냈을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의 진보 성향이나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의원과 군의 네트워킹이 약한 점도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선 때마다 예비역 장성들의 정당 참여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한 정당에 쏠리는 현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이 성우회·재향군인회의 관심사인 군인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적극 뛰는 것도 이들의 입당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있다. 우선 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양대 김경민(金慶敏·정치외교학)교수는 "예비역의 집단 입당은 국방의무에 충실해야 할 현역에게 '정치의 길'을 꿈꾸게 할 수 있어 좋은 본보기가 못되는 데다 예비역이 후배인 현역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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