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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생존은 核 아닌 경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평양에선 핵문제가 생존권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적인 조처라고 대외 공세를 취하는 가운데 남쪽에 온 북한경제시찰단은 끼니마저 거른 채 한곳이라도 더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북측의 상반된 두 흐름을 보면서 북측이 하루 빨리 특유의 양면성을 거두고 민생정치에 주력하는 것이야말로 생존권과 자주권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북측은 핵개발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자위적 조처이며, "남이 불편할 때 동족인 북이 편안할 수 없다"면서 민족공조로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쪽이 미국과 공조할 경우 "조선반도에서의 핵전쟁 위험은 현실적인 것으로 될 것"이라고 북측은 위협했다. 이런 논리와 협박이 북쪽 인민에겐 먹혀들지 모르지만 남쪽에선 부정적 반향만 일으킬 뿐이다.

북한에 묻는다. 그동안의 숱한 대남 침투와 최근의 서해 기습공격은 남쪽을 편안하게 한 것이었나. 핵개발을 포함한 강성대군의 육성이 미국만을 목표한 것이었나. 북측은 군사력 강화에 국력을 집중하는 바람에 경제가 피폐해졌고, 인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현실을 왜 인정하지 않는가. 그로 인해 남쪽에까지 자원배분의 불균형과 불안한 안보상황을 조성해 놓고 민족공조로 미국에 대항하자는 북측의 논리에 넘어갈 남쪽 국민이 있다고 보는가.

이는 오히려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남쪽 내의 분위기만 썰렁하게 만들 뿐이다. 시찰단이 가는 곳마다 대북 협조와 개성공단 투자를 요청하려면 이런 섣부른 논리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우리야말로 "북이 불편할 때 동족인 남이 편안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북의 경제회생을 돕고 싶다. 그러나 그 전제는 남쪽을 강한 무장력으로 제압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될 때다. 시찰단은 이런 남쪽 사정을 가감없이 보고 돌아가 선군(先軍)정치가 아닌 민생정치로 승부를 보는 노선전환을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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