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LG에 힘 북돋운 서용빈·김재현 '사복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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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함께 가자."

30일 플레이오프 4차전을 승리로 이끈 LG 선수들의 모자와 헬멧에 하얗게 쓰인 '62'와 '7'이라는 숫자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이 숫자는 올 시즌 중반까지 LG 선수들과 함께 뛰었던 팀 동료 서용빈(62)과 김재현(7)의 등번호. 현재 서용빈은 8월 중순 군 입대로, 김재현은 왼쪽 고관절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두 선수는 사복 차림으로 잠실구장에 나타나 경기를 지켜봤고, 이들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LG는 힘을 얻는 듯했다.

4회와 6회 전광판에는 본부석에 자리잡은 서용빈의 모습이 잡히면서 1루 쪽 LG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김재현 역시 더그아웃 뒤쪽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현재 서울 성동구청 소속 공익요원인 서용빈은 입대 전까지 주장을 맡아 후배를 다독거리던 맏형이었다. 김재현은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LG 감독에게 한국시리즈 출전 의사를 강력하게 요청, 30일 발표된 코리안시리즈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놓는 투지를 보였다.

이때문이었을까. 1승2패로 궁지에 몰렸던 LG의 플레이는 무력했던 3차전과는 많이 달랐다. 반드시 출루하려는 눈빛이 역력했다. 큰것 한방이 아니라 기습 번트도 좋았고, 심지어 몸맞는공도 피하지 않았다. 근성있는 플레이는 살얼음판을 걷는 박빙의 리드를 지켜준 힘이었다. '나'라는 스타 의식 대신 '우리'라는 팀워크로 다시 살아난 LG. 비록 시원스러운 LG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지는 못했지만 서용빈·김재현의 존재는 LG의 '수호천사'였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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