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한복판에 '불교 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 불교박물관으로 변신하는 서울 창신동 안양암. 110여년 전 창건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 창신동 방향으로 10여분 올라가면 고즈넉한 암자 하나를 만날 수 있다. 1889년 창건된 안양암이다.

주변 재개발 지역에 '불향(佛香)'을 뿜어내는 이곳은 서울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전통 사찰. 역사는 짧아도 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찰 부지는 1157평. 불상.불화 등 15점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1500 불상 등 총 1600점이 서울시 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

정양모 문화재위원회위원장(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00여년 전 조선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냥 고맙고 가슴 벅찬 아름다운 정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장도 "중국 베이징(北京) 고궁박물관 같이 안양암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평가했다.

그 안양암이 19일 박물관으로 공개된다. 지난해 5월 한국불교미술관 별관 사찰박물관으로 서울시청에 정식 등록된 이후 일반 관객에게 제모습을 드러내는 것. 1990년대 중반부터 전국 주요 사찰에서 성보박물관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사찰 전체를 박물관으로 꾸며 선보이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안양암이 '재개발 열풍'을 견뎌낼 수 있었던 데는 권대성(64) 한국불교미술관장의 공이 컸다. 70년대부터 불교미술품을 모아온 권씨는 77년 개발 위기에 놓인 안양암을 사들이고, 그 뒤 각종 송사에 시달리며 원형 보존에 진력해 왔다. 종중에서 물려받은 땅과 개인사업에서 번 돈을 문화재 구입에 사용한 그는 93년 서울 창덕궁 건너편 원서동에 한국불교미술관을 세우기도 했다. 동국대 문명대 교수는 권씨를 일제시대 국보급 유물을 수집해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전형필(1906~62)씨에 비교하기도 했다.

안양암에는 '석감마애관음보살상'(서울시 유형문화재 122호), 대웅전에 봉안된 '아미타후불도'(185호) 등 귀중한 문화재가 가득하다. 또 박물관 측은 불상.불화를 제외한 안양암 유물 700여점을 19일부터 원서동 본관에 새로 건립한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일반인의 관람 편의를 고려한 것. '안양암에 담긴 중생의 염원과 꿈'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괘불(掛佛) 두 점, 영혼을 울려 중생을 구제하려 했던 법음구(法音具), 경판, 서적, 승적명부 등 다양한 자료가 소개된다.

문명대 교수는 "안양암의 불상.불화는 당시 대가들이 조성한 수작이며 한국 근대 불교미술 연구에 빠져서는 안 될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www.buddhistmuseum.co.kr, 02-766-6000.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