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여!"
기아 김성한 감독은 화투판에서도 '강공'을 즐긴다. 고스톱도 3점짜리 '기본'에서 스톱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기세다 싶으면 "고!"를 외쳐 밀고 나가는 이른바 '쓰리고 스타일'이다.
2차전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김감독은 경기 뒤 "큰 경기에서 긴장한 선수들에게 이것 저것 주문을 많이 해 선수들이 더 굳어버린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우리팀의 특성상 작전을 많이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3차전부터 특유의 스타일대로 선수들에게 맡기고 번트 대신 강공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 그리고 3차전의 뚜껑이 열리자 김감독은 자신의 예고대로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1-0으로 앞선 3회초 선두 장성호가 안타로 나가자 앞선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홍세완에게 추가 1점을 위한 희생번트 대신 강공을 지시했고 홍세완은 좌익선상 2루타로 화답, 추가점의 실마리를 풀었다. 펨버튼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탠 뒤 계속된 1사 만루에서도 김상훈에게 스퀴즈 대신 강공을 지시했고 김상훈은 좌전안타를 때려 타점을 올렸다.
3-0으로 앞선 5회초에도 마찬가지. 선두 홍세완이 2루타를 때리고 찬스를 만들자 후속 신동주에게 번트모션을 취하게 한 뒤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신동주는 3루땅볼로 아웃돼 2루주자를 진루시키지 못했지만 펨버튼의 볼넷 뒤 김경언의 적시타가 터져 1점을 보탰다.
선두타자가 출루한 5번의 기회에서 김감독은 단 한번도 희생번트를 지시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맡겨 경기의 실마리를 풀었다. 1패로 몰렸던 2차전 1, 3회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하며 '3점짜리판'을 추구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작전이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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