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빈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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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얼마 전 빈혈로 갑자기 쓰러졌다는 한 중년남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평소 어지럼증이 있긴 하지만 정신을 잃은 것은 처음이고, 얼마 전에 종합검사를 했을 때도 빈혈 수치가 나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이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 만성피로에 시달려왔다. 이번에 정신까지 잃으니 혹시 중풍으로 수족을 못쓰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는 뇌빈혈증으로 뇌혈관의 혈액순환이 일시적으로 막혀 생긴 산소부족이 원인이다. 충격적인 말을 듣거나 신경을 많이 쓸 경우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 땀이 나며 의식이 깜박하고 나가는 것이다.

한방에서 뇌빈혈증은 혈허증(血虛症)이라고 해서 조혈능력이 부족해 오는 경우와 기울(氣鬱)이라고 하여 기혈이 막혀 순환장애를 일으킨 중기증(中氣症)으로 나눈다. 중기증인 경우 마치 중풍처럼 갑자기 말도 못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기도 해 당황하기 쉽다.

뇌빈혈은 재생불량성 빈혈을 제외하면 대부분 조혈능력을 높여줌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혈액을 만들어 내는 조혈기능의 쇠약증을 먼저 개선한 후에 혈행이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피를 잘 만들게 하고, 잘 돌게 해주어야 한다.

녹용은 조혈능력이 뛰어나 녹용건비탕 등에 가감해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가정에서는 소의 지라를 기름으로 잘 볶아 대추차와 함께 수시로 먹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평소에 기름이 적은 고기와 간·계란 노른자위·콩류·호두·녹색야채·조개·새우·가마솥 누룽지 등을 자주 먹으면 조혈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 단 커피와 청량음료·초콜릿 등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과격한 운동이나 혼자 하는 여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갑자기 정신을 잃을 때 머리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거나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가 발생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머리를 수평으로 놓은 후 호흡이 편하도록 옷을 느슨하게 해준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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