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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승진 … 국세청 스스로 개혁 완성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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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5월 25일 국세청은 깜짝 놀랄 발표를 했다.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에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은닉하고 관리한 4개 기업과 사주를 적발해 3392억원을 과세하고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국세청이 조세피난처에 개설된 은행 계좌를 추적해 탈루소득을 밝혀낸 것은 처음이었다. 이 조사를 이끈 게 이현동(사진) 국세청장 내정자다.

그는 국세청 차장 시절 ‘역외탈세추적 전담센터’를 맡아 6개월간 치밀하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해 이런 개가를 올렸다. 평상시엔 소탈하지만 일과 관련해서는 치밀하고 집요한 그의 성격을 보여준 사례다.

이 내정자는 탈세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고 세금을 물리겠다는 소신이 있다. 그는 그동안 고객 비밀 보호에 철저했던 스위스·홍콩 등에 있는 14개 계좌의 입출금 내용과 잔액을 확인하고 세금을 물려 더 이상 탈세의 성역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가 국세청장에 내정됨에 따라 앞으로 국세행정은 ‘숨은 세원 양성화와 탈세 근절’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백용호 전 청장과 함께 투톱을 이뤄 국세청의 개혁을 이끌었다. 국세청은 최근 몇 년 새 청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여러 비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인사에서도 청탁 풍조가 있었다. 이 내정자는 백 전 청장 시절 엄격한 규율과 원칙을 만들어 비리의 원천을 제거하고 공정 인사가 뿌리내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말 과장급 이상 간부인사에서는 한 건의 청탁도 들어오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시어머니 역할을 해 국세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근무하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일한 경험이 있다. 이후 국세청 조사국장·차장을 거치면서 차기 국세청장 1순위로 꼽혔다. 국세청이 서민의 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외부 인사가 한번 더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국세청 스스로 개혁을 완성하라는 차원에서 내부 승진이 이루어졌다. 재무부 법무담당관실, 청와대 등에서도 근무했다. 경제 전반의 흐름을 보는 안목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인 신관옥씨와 1남1녀.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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