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탐구:종로는 귀금속 메카 … 매장만 30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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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2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예지동 시계·귀금속 도매시장. 한쌍의 예비부부가 귀금속 매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가격을 물어보고 있다. 점포 서너곳을 거친 그들는 가격과 디자인이 마음에 든 듯 한 귀금속 매장으로 들어갔다.

다음달 말 결혼할 예정이라는 김지연(28·회사원)씨는 "서울 강남의 귀금속 매장에서 예물을 봤지만 종로가 싸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지역은 우리나라 '귀금속 시장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귀금속(2조원 규모)의 절반 가량이 이곳을 거쳐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까지 이곳의 점포 수는 2천여개에 달했으나 외환위기 직후 1천5백여개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벗어난 뒤 점포 수는 급증세를 보여 현재 3천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귀금속 상인들이 종로로 몰리자 10∼20년전까지만 해도 종로4가(예지동)와 종로3가(봉익동)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종로의 귀금속 시장이 종로2가를 넘어 종각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한 대기업이 종로5가 지역에 주상복합 귀금속상가 신축을 추진하고 있어 종로지역 전체가 귀금속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업체수가 크게 늘면서 3∼4년전까지만 해도 내수시장 위주로 움직이던 이곳에 이제는 수출액 1천만달러가 넘는 업체도 6∼7곳이나 생겼다.

봉익동과 종로2가 주변은 '귀금속 백화점(전문상가)'으로 불리는 업태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귀금속 백화점은 대형 매장에 10∼50개의 소형 업체가 입점해 있는 형태로 고객들이 언뜻 보면 전체를 하나의 매장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이곳 점포주들은 소비자들의 귀금속에 대한 인식 변화에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는 귀금속을 '재산'으로 여기고 비싼 것을 골랐다면 요즘에는 '패션'으로 여겨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5∼6년전까지만 해도 평균 예물 예산이 2백50만∼3백50만원에 달했지만 요즘에는 1백50만∼2백5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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