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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계파 대결 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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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린우리당의 4월 당 의장 경선에서 구 당권파와 재야파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안에서 양대 계파로 분류된다.

당초 양측 모두 후보를 내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면서 출마를 저울질 중인 문희상 의원 쪽으로 대세가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13일 재야파가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장영달 의원에게 당 의장 경선에 출마토록 권하면서 구도가 급변했다.

구 당권파는 이에 맞서 장 의원을 제외한 후보 중에서 지지 후보를 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4월 전당대회는 구 당권파를 이끄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재야파의 리더인 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 "당 정체성 확립 위해 출마"=장영달 의원은 이날 이인영.정봉주.유승희 등 국민정치연구회(재야파)소속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당 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회견에서 "의원.당원들과 더불어 위기를 수습하고 당의 이념과 원칙.노선 등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은 전당대회를 통해 보다 본질적이고 광범위하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말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주장하며 '240시간 의총'을 주도했다. 그가 당 의장 출마로 선회한 것은 실용주의 쪽으로 기울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노선을 개혁 쪽으로 끌어당기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장 의원의 출마 선언에 따라 구 당권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계파 내부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를 물색하는 일이다.

현재 구 당권파의 정리된 입장은 '계파 내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문희상 의원을 밀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 같은 기류는 아직 그대로이나 문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관계자는 "전당대회까지 3개월 정도 시간이 있는 만큼 문 의원을 포함해 출마를 검토 중인 다른 중진과 개혁적인 재선 그룹에서도 지지 후보를 물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신기남 거취가 변수=구 당권파 내부의 상황이 복잡해진 데는 신기남 전 의장의 출마 문제가 있다. 신 전 의장은 내심 출마 쪽으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 당권파 핵심 인사들은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워 그의 출마를 만류하고 있다. 만일 신 전 의장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경선 판세에 영향을 미친다. 구 당권파 내 갈등 증폭도 예상된다. 신 전 의장은 지난해 1월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개혁당 그룹의 유시민 의원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개혁당 그룹은 그동안 기간당원 확보에 주력해 왔다.

한편 월말께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은 장 의원이 빠짐에 따라 중진 그룹과 구 당권파의 지지를 받는 정세균 의원에게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소속의 안영근 의원이 도전장을 내미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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