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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CEO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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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최고경영자(CEO)들의 언론관은 천차만별이다.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CEO가 있는가 하면 언론 기피증에 걸린 CEO도 있다. 유형별로 CEO들의 언론관을 살펴보자.

◇매스컴은 기업 홍보의 장〓LG와 현대자동차 CEO들은 언론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CEO들의 홍보활동을 가급적 장려하고 있다. 특히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인터뷰에 종종 응하는 데다 스스로 주요 동정 기사를 챙긴다. 매너도 깔끔해 기자들에게 인기다.LGCI 성재갑 부회장도 경영성과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LG화학이 LGCI 등 세 회사로 분할된 후 모두 주가가 오른 데는 成회장의 왕성한 언론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이 친(親)언론 성향이라 CEO들의 홍보관도 긍정적이다.

현대차 김동진 사장은 기자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현대차가 최근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데다 외국업체와의 제휴도 많아 매스컴에 등장할 기회도 잦다.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도 언론에 관심이 많다. 신문의 주요 기사는 꼭 챙기며 계기가 마련되면 인터뷰를 사양하지 않는다.

솔직하기로 정평 난 코오롱 이웅렬 회장도 언론을 가까이 하는 CEO다. 기자들을 정보를 얻는 채널로 활용하는 수준이다. 1992년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서 떨어지자 李회장은 "보수적인 그룹 분위기 탓에 언론을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비서실 홍보팀장을 지낸 제일기획 배동만 사장도 매스컴을 사업에 적극 활용하는 CEO로 통한다.

◇언론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해야〓신격호 롯데 회장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매스컴에 나오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롯데백화점 이인원 사장도 이달 초 한국능률협회에서 인재경영 대상을 수상했지만 인터뷰는 사양했다. 동양화학 이회림 명예회장과 대림산업 이준용 회장도 인터뷰를 안하는 CEO다. 대림 李회장은 오보가 나와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대개 "사업만 잘하면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언론 박사형 CEO〓언론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CEO도 많다.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은 언론에 기고를 많이 하는 CEO다. 그는 또 PC 판매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삼성·삼보 순으로 기사가 나오면 "삼보가 판매량이 더 많은데 왜 삼성이 먼저 나오느냐"며 순서를 바꾸라고 지시할 정도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인터뷰는 싫어하지만 언론의 사회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언론재단을 설립한 것은 이 때문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언론에 관한 한 박사급이다. 경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사는 직접 챙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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