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교통지옥용인 수지지구인구]17만에 강북 버스노선 하나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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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출·퇴근 길이 지옥과 다름없는데 아파트만 잘 지으면 뭐합니까?"

경기도 용인시 수지지구 주민들은 도로망을 생각하지 않은 마구잡이 개발로 최악의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로 향하는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고 버스와 택시도 턱없이 부족해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철도청과 건설교통부 등에 신사역∼분당 정자역까지 계획된 신(新)분당선을 수지까지 연장해달라는 진정서를 세차례나 보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달 '수지시민연대'를 결성하는 등 교통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신분당선 유치추진위원회'의 회장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수지지역 지하철 유치에 앞장서고 있는 독자 박진우(朴鎭宇·61·용인시 풍덕천동)씨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았다.

◇부족한 대중교통=22일 오전 풍덕천동에서 광화문까지 출근한 이길훈(30)씨는 출근길 고생에 혀를 내둘렀다.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쳐 30분이나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탔으나 발디딜 틈 조차 없는 '콩나물 버스'였기 때문이다. 李씨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이나 영하까지 떨어지는 겨울에는 출근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수지지구의 인구는 약 17만여명.웬만한 도시보다 규모가 커졌지만 수지와 서울을 잇는 버스노선은 6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5개 노선은 강남역·압구정 등 강남까지만 운행하고 강북행 노선은 1개밖에 없다. 게다가 배차간격 마저 길어 서울∼용인 도로의 정체가 심할 경우 40분 이상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다.

수십개의 버스노선에 7∼8분 간격으로 배차하고 있는 분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지주민들은 분당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지하철 등을 이용하려 하지만 택시마저 턱없이 부족해 발만 구르고 있다. 수지지역의 택시는 총 1백63대로 1천명당 1대꼴이어서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朴씨는 "콜을 해도 택시가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렌터카로 택시 영업을 하는 불법이 판치고 있다"고 말했다.

◇꽉 막힌 도로=출퇴근 시간이면 수지의 초입인 머네(일양약품∼금곡IC)지역의 3차로는 차량들이 2∼3㎞나 늘어선다. 통행량이 적어지는 낮시간대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택시기사 이상택(52)씨는 "이 곳은 택시기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도로 가운데 하나"라며 "주말이면 차량 행렬이 7∼8㎞에 달할 때도 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게다가 교통체증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용인시의 차량대수는 9월말 현재 17만5천5백여대로 98년 보다 두배 이상 늘었지만 도로는 그대로다. 분당에 새로 들어선 주상복합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량들도 수지의 교통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3번 지방도와 분당∼내곡,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는 분당에서 합류하는 차량과 맞물려 정체지역으로 변하기 일쑤다.

朴씨는 "5년 전에는 강남까지 가는데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요즘은 두시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교통대책 촉구=수지지역 인구는 내년 초 20만명에 이어 2006년에는 40만명을 돌파해 분당과 비슷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수지지역의 교통대책은 2006년에야 완공될 영덕∼양재간 고속화도로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지시민연대는 신분당선 연장과 함께 경부고속도로 수지IC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 교통난 해결을 위해서는 신분당선 전철을 수지까지 연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와함께 분당을 거치지 않고 서울로 바로 갈 수 있는 고속화도로를 확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독자,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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