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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TV가이드] 필름에 펼친 '에코'식 서양 중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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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면

지난해 출판계의 최고 베스트셀러는 '다빈치 코드'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최후의 만찬'을 소재로 한 연쇄살인극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빈치 코드'의 '원조'에 해당하는 소설로 '장미의 이름'을 들 수 있다. 지식의 폭과 깊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서 중세 서양사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정보의 양이 워낙 방대한 까닭에 영화화가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왔다.

'베어''불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장 자크 아노가 그 일을 해냈다. 그리고 성과도 만족스러웠다. 소설의 스릴러 구조를 요령 있게 살려냈고, 또 문자로선 전달하기 어려운 중세 수도원의 음침한 분위기를 훌륭하게 재현했다. 1937년 이탈리아 북북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발생한 수도사들의 연쇄 피살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마을 처녀와 수도승의 정사 등 수도원의 뒷모습도 놓치지 않고 포착했으며, 프란시스코회 소속 수사로 나오는 숀 코너리의 진중한 연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작인 '시학'을 매개로 중세 유럽을 지배했던 종교의 타락.폭력.부패를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감독: 장 자크 아노, 주연: 숀 코너리.크리스천 슬레이터, 제작: 1986년, 장르: 스릴러, 등급: 19세, 원제: The Name of the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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