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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이회창 40% 벽 뚫을 수 있나: '鄭風'꺾고 비토세력 달래기 관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글싣는 순서>

1. 정몽준 바람 계속 불까

2. 이회창 40% 벽 뚫을 수 있나

3. 박근혜 누구와 손잡을까

4. 노무현과 정몽준 후보단일화 가능할까

5. 김심(金心)은 어디로

프로야구에서 타율 4할은 '꿈의 타율'이다. 우리 프로야구사엔 백인천 뿐이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한나라당에도 이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이 있다. 바로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다. 40%를 넘겨야 하는데 이게 안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KBS의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문답이 있었다. 한 질문자가 李후보에게 "마(魔)의 지지율 40%를 못깨는 이유"를 물었다. 李후보는 "나도 답답하다"고 답변했다.

왜 절대안정권인 50%가 아니고 40%일까. 이는 과거의 대선 경험에 바탕을 둔 인식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실시된 세차례의 선거 결과는 40%가 '매직 넘버'임을 보여준다. 13대 대선에서 노태우(盧泰愚)후보는 36.6%를 얻었고, 14대 김영삼(金泳三)후보는 42.0%, 15대 김대중(金大中)후보는 40.3%를 얻어 승리했다.

그전에는 달랐다. 부활되기 전 마지막 직접선거인 71년 7대 대선에선 박정희(朴正熙)후보가 51.07%를 얻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43.45%를 얻고도 졌다. 하지만 이 때는 2파전이었다. 최근의 다자 대결 구도에선 40% 지지율은 승리를 보장하는 '예비 당선증'이나 다름없다. 12월 19일의 대선도 현재로선 다자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다. 40% 지지율은 많은 파생효과를 낳는다. 우선 '대세론'이 형성된다. 조직과 자금이 탄탄해진다.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고 "줄서겠다"는 고위 공무원이 속출한다. 소속의원들은 안정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마음먹기 따라서는 정계개편도 주도할 수 있다. 반면 경쟁후보는 세력과 자신감이 급격히 위축된다. 지지율 40%를 넘기면 수월한 선거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李후보의 지지율은 두달째 30∼35% 사이에 고착돼 있다. 지난 14일 중앙일보 조사에서 李후보는 33.3%(鄭 32.0%, 盧 18.7%)였다. 18일 문화일보 조사에서는 34.0%(鄭 31.1%, 盧 18.0%)를 기록했다.한 때 李후보 지지율이 40% 가까이 간 적도 있다. 7월 초다. 그러나 그 뒤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추락은 8월 20일께 멈췄고 계속 제자리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내비친다. 호재들이 李후보 지지율에 반영이 안되기 때문이다. 잇따라 터진 권력비리·민주당 내분·4억달러 대북지원 의혹·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인 등에도 불구하고 李후보 지지율이 꿈쩍 않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여러가지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두터운 '비토 그룹'의 존재를 지적한다. 이들은 지역으론 호남에, 계층으론 진보에, 연령별로는 20∼30대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병역비리 의혹과 호화빌라 파문이 겹쳤다. '차다'는 李후보의 인상에 대한 평가와 포용력 시비 등이 더해졌다. 이들을 묶으면 李후보가 정권을 잡는 것을 반대하는 그룹은 결코 만만치 않은 숫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앤폴 조용휴(趙龍休)대표는 "한나라당의 노선·공약 등과 무관하게 李후보를 좋아하지 않는 '반창(反昌)그룹'이 늘 50%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폴앤폴은 지난 2월 이후 매주 1천명을 상대로 각 후보에 대해 '매우 좋아한다''좋아한다''싫어한다''매우 싫어한다'는 4지선다형의 '호오도(好惡度)'조사를 실시해 왔다.

'40%의 벽'은 민주당도 주목하고 있다. 동교동계의 핵심 인사들이나 이해찬(李海瓚)의원 같은 선거전략가들은 입을 모아 "李후보가 40%를 넘기지 못하는 한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 내에서 출신과 노선이 완연히 다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의원간 후보 단일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회창과 40%의 벽'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반창(反昌)연대만 성사되면 이긴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지지율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李후보의 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 짜내기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9일 선거대책위가 '충청권 출신으로 30대 중반에 두명의 자녀를 가진 수도권 전셋집 거주자'를 타깃층으로 지목한 게 대표적이다.

20·30대층을 노리고 당 청년조직도 '2030위원회'로 이름지었다. 이 위원회는 20일 발대식을 가졌다. 李후보 자신은 신촌에서 여대생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등 젊은층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게 포지티브 전략이라면 상대후보를 끌어내려 반사이익을 보려는 네거티브 전략도 마다않고 있다. 정몽준 후보를 "DJ(김대중 대통령)양아들"이라거나,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를 "친북 좌파"라고 주장하는 것 등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鄭의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정풍(鄭風·정몽준 바람)'이 꺼지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중앙일보 안부근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鄭후보에 대한 지지는 2대1 꼴로 盧후보와 李후보 몫을 빼앗아 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한다."鄭후보의 지지가 꺼지면 3분의 1은 李후보에게 간다"는 얘기다.

이처럼 복잡한 계산과 전략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회창 후보와 40% 지지율 방정식 풀기'는 앞으로도 대선 정국의 향배를 가름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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