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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멜로 애니'원더풀 데이즈' 여전사 가상 인터뷰 < 제 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2면

제작 기간 5년. 제작비 1백26억원.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프로젝트라 불려온 극장용 장편 '원더풀 데이즈'(Wonderful Days·감독 김문생)가 드디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전부는 아니다. 15일 오후 4시 경기도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5백여명의 초청인사들에게 20분 가량의 편집분을 선보였을 뿐이다. 이날 관객들이 본 것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상이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바이크(Bike·특수 오토바이)의 역동적인 질주와 노을진 하늘을 유유히 비행하는 글라이더, 남녀 주인공이 서로 총을 겨누는 뒤로 펼쳐지는 중세풍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각종 모형 세트와 컴퓨터가 만들어낸 색다른 질감-. 이 작품이 진정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날 처음 얼굴을 공개한 여주인공 제이(20)를 생생 스타의 주인공으로 초대한 것은 그런 희망에 대한 설렘을 믿음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다.

-안녕하세요. 1998년 가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예뻐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성형수술을 네번이나 했어요. 처음엔 여성 전투요원의 강한 이미지였는데 제작회의를 하며 많이 바뀌었어요. 냉혹하지만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는 여자의 컨셉트로요."

-무슨 얘기예요.

"음, 한마디로 하면 SF멜로물이에요. 배경은 환경오염으로 잿빛 하늘을 갖게 된 지구. 인공지능 도시의 경비대장인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 방사능에 노출된 난민촌에 살면서 어릴 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남자,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의 사랑이야기죠. 지구는 스스로 정화된다는 가이아(Gaia)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www.wonderfuldays.co.kr)를 봐주세요."

-분위기가 어둡고 스산하던데, 뭐가 '원더풀'이란 겁니까.

"현재는 항상 어렵고 힘들죠. 하지만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새로움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잖아요. '원더풀 데이즈'는 그것에 대한 얘기예요."

-2D·3D·모형·실사(實寫)영상을 하나로 합성했다는데 쉽게 설명 좀 해주세요.

"애니메이션은 보통 손으로 그리거나(평면·2D), 인형이나 컴퓨터로 입체영상을 구현하는(입체·3D), 또는 이들을 합성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여기에 예술 건축물을 만들고 다시 실제 영상을 찍은 뒤 전체를 하나로 합성한 거죠."

-왜 그렇게 만들었어요.

"세계시장에 내세우려면 뭔가 새로운 게 필요했어요. 마침 감독님은 88년부터 지금까지 2백편이 넘는 광고를 만들면서 그림·오브제·미니어처와 2D·3D,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 등 다양한 기법에 익숙한 분이라 역량을 총동원한 거죠."

-뭔가 상당한 기술과 첨단 장비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합성을 위해서는 모든 영상물의 디지털화가 필요했어요. 마침 영화진흥위원회에 들어온 영상합성장비 인페르노를 이용할 수 있었죠. 소니가 루카스 필름과 개발한 HD카메라와 세계 2대뿐인 모션컨트롤 렌즈(한대는 '스타워즈'팀이 사용)를 사용한 것도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했죠."

-작업이 쉽지 않았겠어요.

"처음하는 거니까 다들 힘들고, 모든 것이 시행착오였죠. 99년 대만 CMC그룹에 30만달러에 덜컥 팔리지만 않았더라도 전 세상 구경 못했어요."

-돈도 많이 들었는데.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영화진흥위원회에서 융자받고, 삼성벤처투자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고, 막판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까지. 걱정 마세요. 투자액은 해외판매로 모두 뽑아낼 거예요."

-언제면 볼 수 있을까요.

"70% 정도 됐어요. 11월 말에는 프라하에서 오케스트라 녹음이 있고요. 연말까지 편집과정을 모두 마치고 내년 설 지나면 개봉될 겁니다."

-주관객층은.

"어린이용은 아니고요, 10대 후반 이상의 영 어덜트(Young Adult)들이에요."

-외국의 유명작품들, 이를테면 '총몽''아키라''바람계곡의 나우시카''카우보이 비밥''스타워즈' 등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지던데요.

"감독님도 인정하세요. 그 모든 작품에서 영향을 받으셨대요. 중요한 것은 이미지의 혼재 속에 어떤 드라마가 있느냐는 거죠."

-결국 문제는 '이야기'군요.

"스토리에 대한 감독님의 관심은 각별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예요. 1백번도 넘게 뜯어고쳤어요. 게다가 투자한 회사들이 좀 신경을 써야 말이죠. 하여튼 내년 초면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으실 거예요."

남양주=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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