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嶺東지방 또 폭우 물난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집중호우로 집을 잃은 지 두달도 안 되는데 또 다시 물난리를 겪으니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박옥녀(63·여·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씨는 태풍 '루사'로 집을 잃은 뒤 임시 거주하던 컨테이너마저 지난 18일부터 내린 폭우로 다시 침수되자 "죽기 전에 비 피해가 없는 곳에서 하루라도 살아봤으면 원이 없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태풍 루사로 엄청난 피해를 봤던 강원도 삼척·강릉시 일대와 경북 북부지역에 이틀 동안의 집중호우로 두명이 숨지고 20여곳의 임시 교량과 도로가 유실됐으며 1백60여 가구 주민 3백여명이 고립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영동지방에 지난 18일 오후부터 비가 내려 20일 오후 현재 삼척 1백80㎜, 강릉 1백39㎜, 동해 1백31㎜, 대관령 1백29㎜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다.

◇영동지방=19일 오후 4시쯤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왕산기도원 앞 잠수교를 지나던 김의배(65·충북 음성군)씨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날 오후 2시쯤에는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방파제에서 일행 두명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던 신만원(25·회사원·서울 신당동)씨가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19일 오전 삼척시 미로면 38호선 국도의 미로1교와 하정1·2교,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와 덕양리 일대 임시 교량 다섯곳 등 응급 복구됐던 수해 지역의 임시 교량 11곳이 유실돼 옥계면 지역 70가구 1백50여명이 이틀째 고립돼 있다. 삼척시 근덕면∼미로면 지방도로도 이틀째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강릉시 옥계면 남양 1리 속칭 흑시골의 김옥영(57·여)씨는 "지난 폭우로 전체 11가구 가운데 9가구가 집을 잃고 컨테이너 집에서 살고 있는데 또다시 큰비가 내려 너무 불안하다"며 울먹였다.

또 19일 오후 10시35분쯤 동해시 묵호동 속칭 산제골 마을 안길 도로공사장 절개지가 무너져 내리면서 11가구 14명의 주민들이 마을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했다.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에서는 10가구가 침수피해를 봤다.

강원도 관계자는 "예산이 달려 급한 김에 임시교량을 만들다보니 적은 비에도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항구적으로 복구하는 사업을 서둘러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지방=19일 오후 5시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2리 임시도로가 강물에 휩쓸려 유실되면서 이 마을 93가구 주민들이 고립됐다. 이 도로는 태풍 루사 피해 이후 임시로 마련돼 마을 진입로 역할을 해왔다.

또 울진군에서는 근남면의 군도 9호선이 불어난 왕피천 물에 쓸려가는 등 근남·기성·서면 등의 도로 14곳이 유실돼 긴급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홍창업·홍권삼 기자

hongu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