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지니아서 12번째 '얼굴없는 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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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미국에서 19일(현지시간) 저격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격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해 백인 남자 한 명(37)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저녁 버지니아 중부 해노버 카운티 95번 고속도로 인근의 한 음식점 주차장에서 아내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차에 타려던 한 남성이 인근 숲속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그는 복부 총상으로 수술을 받았으며,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노버 카운티 보안관은 "현재로서는 연쇄 저격 사건 범인의 소행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총격이 단 한 차례였고, 거리상 고성능 라이플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연쇄 저격 사건과 동일한 범인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워싱턴 일대 총격 사건의 희생자는 열두 차례에 걸쳐 모두 12명(사망 9명·중상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9·11 테러의 배후인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연쇄 저격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고 미국의 ABC방송이 지난 18일 보도했다.

이는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 중인 알 카에다 요원들을 상대로 한 FBI 조사에서 "알 카에다가 미국 내 저격 테러도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한데 따른 것이다.

ABC방송은 알 카에다 연루 용의자인 니자르 트라벨시가 최근 FBI 조사에서 "알 카에다가 3명으로 구성된 저격조를 편성해 미국 내 테러를 목표로 사격훈련을 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했다.

방송은 이와 관련,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된 알 카에다의 교본에는 알 카에다 훈련병들이 픽업 트럭 뒤칸에서 사격 연습을 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도 포함돼 있어 알 카에다가 대원들에게 미국 내 테러를 위해 저격술을 가르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FBI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알 카에다 포로들을 신문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워싱턴 저격 사건에 알 카에다가 연루됐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국토안보국의 톰 리지 국장도 이날 "현재까지 (저격 사건의 배후에 대해) 명백하게 어느 쪽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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