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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위한 불교미술 입문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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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올해로 갑년(甲年)을 맞는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의 이 저술은 EBS-TV의 대중강연 등을 토대로 했다. 전문서가 아니고 '대중과의 만남'을 위한 입문용이다.

불상이 서술의 핵심이지만, 불교미술 전반을 훑고 있고 구수한 동양사 얘기까지 곁들어져 큰 부담없이 읽힌다.

즉 저자의 작업은 불교미술사를 주제로 불상의 양식변화 과정을 추적해보는 작업인데, 그게 흡인력있게 다가서는 장점은 일단 인정할 만하다. 이런 서술은 어릴 적 필자가 불상에 대해 품었던 소박한 의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왜 황금빛의 잘생긴 인물의 긴 얼굴에 머리에는 작은 고둥껍질 같은 것을 다닥다닥 붙여놓은 것일까?". 책에서는 저자의 원력(願力)이 충분히 감지되기도 한다.

"필자의 40년 공부가 이 속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저자의 공언이 그것이다. 그 말대로 최완수는 결혼생활도 마다하고 사실상 간송미술관과 '결혼'을 했다. 한눈 팔지 않고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등 묵직한 회화사 저술을 펴낸 점도 가산점을 받을 만하다. 한국문화의 밑천의 하나인 미술사에 대한 대중들의 기억상실증을 벗겨주려는 배려도 담겨 있다.

문제는 있다. 그의 주전공인 회화사와 불상은 다른 것은 아니지만 같은 것도 아니다. 불상 관련 논문을 축적해본 선행작업이 거의 없이 덜컥 저술을 펴냈다는 점이 적이 걱정스럽다.

아니나 다를까 책에는 한계가 보인다. 책에 거듭 노출되는 중국·인도 미술 관련 정보와 해석은 자신의 연구성과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직접 해외의 미술사 현장을 답사하고 실물을 보지 않았으니 여기저기서 빌려온 사진도판도 수준이 고르지 않다. 역사학의 틀을 미술사에 대입시키는 서술도 정통 미술사 저술로는 주객전도에 해당한다.

조우석 기자 wow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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