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好好好 프로젝트 직원 '사모님'들 마음을 사로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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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6면

"임직원의 가정이 편안해야 회사에서의 성과가 높아집니다." 직원의 가정 일은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맡겨 두던 기업들이 회사일 때문에 가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원들의 부인·자녀에게 컴퓨터·영어 교육을 하거나 소원해진 부부 관계를 복원하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회사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를 높이고 일체감을 갖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중시하는 이른바 '가족친화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가족 교육·상담 프로그램=지난 11일 경북 경주시 교육문화회관의 가야금 룸. LG전자 창원 공장 에어컨 사업부의 대리급 직원 7명과 이들의 부인 등 14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부부 비전 만들기'작업을 하고 있다.

회사가 전 직원 6백 명을 대상으로 1일 과정으로 마련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프로그램의 하나였다.

김판수(34)대리는 "아내와 내가 서로 기대가 달라 빚어졌던 문제들에 대해 대화를 함으로써 서로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직원 부인 강현주(29)씨는 "남편의 직장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나 자신을 돌아 볼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LG전자 측은 "직원들 개인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가정에서의 조화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조직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총 54차에 걸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직원 배우자들의 평생교육을 돕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사이버 주부대학(http://kia.cyberjubu.com)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인터넷·교양·어학·자격증 취득 등 60개 강좌가 개설돼 있으며, 회원 수는 현재 1천81명. 학습 강좌 이외에 회사 소식, 책·음악·영화 등에 대한 정보와 기아 가족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김뇌명 기아차 사장은 "온라인으로 종합적인 가족교육을 함으로써 기아 가족이라는 일체감과 자부심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직원 부인을 대상으로 4박5일씩 컴퓨터 교육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직원 가족만을 위한 포털 사이트(www.mobisworld.com)를 구축, 이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유료 사이트도 회사 부담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컴퓨터 교육을 받은 김모씨(37·여)는 "예전에는 회사가 주로 남편의 관심 영역이었지만 이 교육을 받고 나선 나 자신도 회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남편이 얘기하는 경영 상황에 대한 이해도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 모비스 외에 삼성물산 주택부문, ㈜만도 등이 직원 부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초·중학교에 다니는 직원 자녀들을 위해 강습이나 캠프를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다.

만도는 방학 동안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초등학교 학생용 집중력 캠프, 중학생용 리더십·자신감 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LG산전은 청주공장에 있는 연수원에서 4박5일간 직원 초·중생 영어교실을 열었다.

포스코도 여름방학이면 포항과 광양 지역 직원 자녀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고 인재개발원 내 미국인 강사를 활용, 4주간의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지방주재 직원의 자녀 교육을 돕고 있다. 이와 함께 포항 인재개발원은 직원 부인을 위한 '토요 문화강좌'를 열어 자녀 교육·건강 관리·재테크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주고 있다.

한편 SK는 직원만을 대상으로 체조·호흡·명상법 등을 가르치던 심기신(心氣身) 수련프로그램을 부인들에게까지 확대했다.

SK는 직원 부인 과정과 부부 과정을 각각 1년에 두 차례 1박2일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용은 회사가 맡는다.

SK 관계자는 "심기신 수련에 참여한 가족들은 회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서 "앞으로 횟수를 늘리고 더욱 세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는 또 신임 임원 연수과정 5일 가운데 2일 동안 부인이 참석토록 해 테이블·파티 매너·손님 접대·코디네이션 등에 대해 강습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가정 배려=미국 등의 기업들은 국내 기업보다 한발 앞서 직원 가정에 세심한 배려를 해 오고 있다. 델 컴퓨터에서는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야기되는 가정 갈등에 대해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해 도와주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도 매년 행사에 반드시 부부를 함께 초대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배우자의 이해를 높이도록 하고 있다.

새크라멘토 지역 일간지인 새크라멘토 비는 직장에 애완 동물까지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하고 전용출입문을 설치했다.

영남대 박재호 교수는 "미국에선 애사심 등이 배우자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실증 연구결과가 이미 많이 나왔으며, 직원들이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에서 높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 기업들은 일과 가정의 조화를 통해 우수 인력의 확보와 장기 보유를 꾀한다"며 "따라서 직원 가정 배려에 드는 비용은 그 성과와 비교하면 미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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