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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묻힌 사람과 집 동양의 건축전통 되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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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 선조들은 조경(造景)을 세 가지 일로 풀었다. 경치를 아름답게 하고, 토지를 쓸모있게 만들며, 환경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었다.

인공적인 서구의 정원 개념과는 다르다. 옛 사람들이 환경을 고려하고 뜻있는 풍광 만들기에 애썼다는 건 명당과 승경으로부터 흘러내린 동양인의 경관에 대한 생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근대로 들어오며 서구 건축이 밀려들어오자 이런 전통은 뒷전으로 밀렸다. 특히 20세기 들어 급격한 현대화 속에서 실제 건축과 생활에 쓰임새가 없어지자 그 중요함이 잊혀졌다.

이렇게 잃어버린 한국과 동아시아의 건축 전통을 되살리자는 큼직한 심포지엄이 마련됐다. 17∼19일 서울대 엔지니어하우스에서 열리는 '2002 서울 동아시아 건축사학 국제학술대회'다. 한국과 중국·일본을 비롯해 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호주·미국 등 동아시아 건축 전문가들과 학자들 80여명이 모여 사흘동안 '현대 동아시아와 전통 건축(TAmA:Traditional architecture in modern Asia)'을 다양한 측면에서 돌아본다.

한국건축역사학회(회장 이상해)가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이 분야에서 처음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로 주목받고 있다. 동아시아의 건축사를 다루는 국제적인 행사가 없었기에 힘들었던 전공자들 간의 정보 교환과 유대도 이번 기회를 얻어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학술대회는 모두 11개 분과로 나뉘어 열린다. 건축 이론 및 원리를 시작으로 ▶전통건축의 근대적 재해석▶보존 사례▶비교 연구▶서구건축의 영향, 제국주의 양식, 그리고 모더니티▶기념비 건축▶전통주거와 마을▶보존 전략▶사료의 발굴과 소개 및 해석▶도시계획▶주거 유형으로 이어진다.

참가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동아시아 전통 건축계에서 손꼽는 인물들이다. 중국의 주거마을 전문가인 로널드 냅(뉴욕 주립대 교수), 일본 건축역사학회 회장인 데츠오 다마이, 돈황 석굴 건축 연구자인 샤오 모, 중국의 풍수지리학자인 왕치흥, 기조 연설을 맡은 시아 주 조(국립대만대 교수) 등이다.

부대 행사는 한국을 세계 건축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듯하다. 17일 오후 6시30분에 열리는 공식 만찬에서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비디오가 상영되고, 창덕궁·종묘·수원 화성을 도는 탐방 계획도 잡혀 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는 "이 학술대회가 서구 근대 개념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풍부한 동아시아의 전통 건축을 이론적 연구 대상으로 부각시켜 그 이론과 실천으로 전통건축과 현대사회를 연결하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2-734-2286, 011-9923-9231.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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