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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결식아동 도시락에서 돈을 남긴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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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주도 서귀포와 전북 군산 등지에서 결식아동에게 부실한 점심 도시락을 전달해 말썽이다. 도시락에 고작 빵 1개, 단무지 2~3쪽, 게맛살 4조각, 삶은 메추리알 5개, 튀김 2개가 들어있거나 반찬으로 건빵이 지급된다. 단가가 2500원이라지만 양과 품질이 형편없다. 성장기 어린이의 영양상태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식단이다. 네티즌들이 '북한 도시락인가요''자녀에게 물어보시오. 먹을 수 있나'라고 항의할 만하다.

문제가 된 도시락의 식재료 가격은 1000원을 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끼니를 하루에 한두 번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아동이 먹을 도시락에서 이문을 남기겠다니 너무나 비양심적이다. 배고픈 아이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한 도시락 업체의 뻔뻔스러움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무관심은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전국적으로 초.중.고교의 결식학생은 30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25만명 정도가 점심을 지원받고 있고, 나머지는 그나마 엉터리 도시락 혜택마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 가정 33만명, 차상위 계층 47만명, 소년소녀가장 등 해체 가정 34만명 등 114만명의 아동이 결식 가능성이 크다. 부실 도시락 개선 못지않게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식아동이 주변에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 시절 보호받지 못하는 결식아동이 있다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배고픈 어린아이를 돌보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성장기에 굶주림으로 인해 온전한 성인으로 발육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현재와 같은 급식 지원액으로는 좋은 도시락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결식아동에 대해서만은 예산을 보다 많이 배정하는 것은 물론 결식아동 수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도시락을 영리업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사회봉사단체가 담당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 집 근처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