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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정위는 투자 훼방 기관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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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1일 두산중공업의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말 많았던 대우종기 매각이 일단락됐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중공업 중심의 기업군으로 변신하면서 재계 12위로 도약하게 됐다.

그러나 두산의 대우종기 인수에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자총액한도 심사다. 다음달 중에 끝나는 공정위 심사에서 두산이 출자총액한도를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과징금 부과와 지분매각 명령 등으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놓은 부실기업의 매각이 무산되면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의 회수는 늦어지고, 기업 가치는 훼손되며, 인수를 추진했던 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기업 활동을 어떻게 제약하고,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은 고도의 경영적 판단과 엄격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투자행위다. 두산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대우종기를 인수키로 했고, 정부기구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 결과를 공정위가 출자총액한도라는 잣대를 들이대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심사해서 괜찮다는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출자총액한도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면 어쩔 것인가. 기업의 정당한 투자 판단과 공적자금관리위의 결정을 뒤엎고 매각을 무위로 돌릴 것인가.

공정위는 그동안 누차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기업의 정당한 투자를 가로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음이 드러났다.

외국의 투기펀드가 대우종기의 인수자로 결정됐다면 애당초 출자총액 문제는 제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내 기업의 손발을 묶은 채 공적자금을 퍼부어 살린 은행과 기업을 외국의 투기자본에 넘기는 것이 공정한 경쟁일 수는 없다.

말로만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외칠 게 아니라 이런 역차별부터 시정하는 노력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