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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교문화축전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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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유교인가? 이 명제는 고루하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먼저 국제적인 문화 흐름을 주목해 보자. 중국은 그간 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중국문화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교를 주목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있다. 서울에 1호점이 생긴 이래 200여 학원이 각국에 세워졌 다. 중국의 실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교 경전을 집대성하는 작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에 있는 유교 경전을 불교의 8만대장경과 같은 방식으로 집대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를 요청했다.

역사상 유교적 이상주의를 꿈꾼 유일한 나라 조선, 그리고 그 계보를 이어받은 한국은 사실 유교적 문화가 기반으로 잡혀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교가 일상생활로 실천되고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한국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유교는 지쳐 있다. 젊은이들은 유교가 뭐냐고 묻는 질문을 어려워한다. 재미없고 기피하고 싶은 옛것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세계유교문화축전이 등장했다. 그 내용을 보면 참으로 신선하다. 유교자본주의를 논하고, 유교문화의 산물인 건축유산에 예술의 옷을 입히고자 한다. 그리고 유교문화를 산업화시켜야만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현대적 트렌드에 맞춰 걷기 프로그램과 전통유교가 가지고 있는 의식주 문화를 관광과 연결해 정례화하고자 한다. 심지어 제사에 관광객을 끌어들여 제사를 지내는 주체들에게는 자부심을, 일반인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유교문화의 소비층을 확보하기 위한 행사다.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축전이라는 것이다.

조직 구성도 특이하다. 세계 유일의 유교문화 전승 권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안동·영주·문경·상주·봉화·예천·의성·청송·영양 등 9개 지방자치단체가 십시일반으로 공동의 기금을 만들고 공동의 전선을 편다.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합심했고, 공동의 역사문화공동체의 경험을 살려 미래를 같이 개척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도고, 또 해야만 하는 시도로 보인다.

이들의 시도는 분명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낙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9개 자치단체로서는 유교문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한국문화의 전망을 봐서도 가야만 하는 길이다.

젊은층을 주목하고 소비층을 자극하는, 그래서 유교의 가치를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로 확보하는 것이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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