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이 앞마당" 웃돈 2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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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 골프 인구가 많이 늘고 아파트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골프장 조망권이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장 옆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1억원을 넘는다. 같은 아파트라도 골프장 조망권 확보 여부에 따라 매매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엄청나게 다르다.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경기도 용인지역 아파트를 찾았다.

편집자

골프장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들은 경기도 용인과 군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아파트는 용인 한성컨트리클럽(27홀·44만평)과 수원컨트리클럽(36홀·45만평), 군포 안양베네스트(18홀·32만평) 주변에 들어서 있다.

한성골프장 주변의 동아솔레시티·LG빌리지그린카운티·현대아이파크와 수원골프장 옆 새천년그린빌5단지·성원상떼빌, 안양베네스트 옆 주공아파트 등이 골프장의 녹색 필드를 만끽할 수 있는 아파트다. 동아솔레시티와 군포 주공아파트는 이미 입주했고, 나머지는 2004년 하반기 입주 예정으로 타워 크레인들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 골프장 조망권값 호가 최고 2억

골퍼 입장에서 보면 골프장을 에워싸고 있는 고층 아파트가 그렇게 볼썽 사나울 수 없지만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서는 조망권으로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게 골프장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골프장 전망을 가지는 동아솔레시티의 경우 골프장을 볼 수 있느냐,없느냐에 따라 50평형대 이상의 매매가가 최고 1억원 차이가 난다.30∼40평형대는 차이가 5천만∼7천만원을 오르내린다.

입주하지 않은 다른 아파트들의 분양권 시세도 마찬가지다. LG빌리지그린카운티(59평형)는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는 집을 구하려면 웃돈을 8천6백여만원 줘야 하고, 현대아이파크(32평형)의 시세 차이는 2천만원 선이다.

수원골프장을 끼고 있는 주공의 새천년그린빌5단지와 성원상떼빌의 분양권 역시 5천만원까지 차이난다. 성원상떼빌은 47평형이 2억9천만∼3억4천만원, 38평형이 2억3천∼2억8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됐고, 새천년그린빌5단지가 평형에 따라 1천만∼2천만원 더붙는다.

지난해 분양된 이들 아파트의 분양권 시세는 1년새 분양가보다 최고 30% 올랐다. 분양가가 2억6천1백만원인 현대아이파크는 골프장 조망권을 누릴 수 있는 가구의 경우 2억8천6백만원이다. LG빌리지그린카운티의 분양권도 분양가보다 1억원 비싸게 거래된다. 골프장을 아예 볼 수 없는 인근 다른 아파트 같은 평형의 분양권 시세보다 최고 6천만원 비싸다.

하지만 이는 골프장 조망권 프리미엄의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것이고 실제로는 훨씬 높다고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동아솔레시티 공인중개사무소 문형우 사장은 "동아솔레시티 80평형대의 경우 골프장 조망권값 호가는 1억5천만원에서 2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골프장 조망권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요자다.

# 이보다 더 좋은 전망 없다

동아솔레시티에서 만난 50대 주부는 "'최고'라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며 발코니 아래의 골프장 풍경에 대해 평가했다. 푸른 숲과 탁 트인 넓은 잔디밭이 산이나 강 이상의 상쾌함을 준다는 것이다. 철 따라 빚어내는 다양한 자연 풍광도 운치를 더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엔 단풍이 물드는 계절의 변화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잔디밭과 눈을 머금은 숲은 그 어디에서도 감상하기 어려운 겨울 풍경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서 자연 속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50대 이상 장년·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골퍼들도 눈독을 들인다. 바로 옆에 골프장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고 다른 골퍼들의 샷소리를 들어도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동아건설 분양 사무소 심의활 과장은 "골프를 치다가 '계약하겠다'며 달려온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주택 업체들은 골프장 조망권을 부각시키기 위해 단지 배치와 설계 등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성원건설은 20층짜리 10개 동을 모두 골프장을 따라 일(一)자형으로 배치했으며, 골프를 배우거나 연습할 수 있도록 단지 안에 연습 시설을 만들고 있다. LG건설은 라인별로 전망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며 아파트 전면에 난간을 없애고 통유리로 마감키로 했다.

수원골프장 인근 굿모닝공인중개사무소 전정호 사장은 "한성·수원골프장 주변에는 더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고 태광골프장(27홀·26만평)을 끼고 내년 말이나 2004년께 분양될 기흥읍 영덕지구에 골프장 조망권을 내세울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골프장 보이는 곳:한성CC옆 동아

수원CC옆 성원등

동·층따라 조망달라

골프장 조망권을 내세운 아파트라도 동이나 층에 따라 조망권이 다르다. 한성골프장 옆에 들어선 동아솔레시티의 경우 전체 36개 동 가운데 골프장에 붙어 있는 125∼136동이 가장 좋은 조망권을 갖췄다. 101,104,109,113,118동이 이들 동(棟)사이로 골프장을 볼 수 있다. 조망권을 갖춘 동이라도 저층은 숲에 가려 골프장을 보지 못하고 대략 12층 이상 고층에서만 페어웨이와 그린을 내려다볼 수 있다.

군포시 당동 주공 2~4단지 일부 동에서는 안양베네스트의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죽전 LG빌리지그린카운티는 4개 동 가운데 골프장과 가장 가까운 104동에서 조망권이 확보될 것으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수원CC가 내려다 보이는 새천년그린빌5단지는 19개 동 중 501,508,509,510,512,513동을 꼽을 수 있다. 501동은 7층 이상, 512·513동은 15층 이상, 나머지는 10층 이상에서다. 성원상떼빌은 10개 동 중 단지 가운데의 201동을 제외한 9개 동에서 10층 이상이면 될 듯하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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