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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지방자치11년성적표-벤처 단지 있는 대전도산업생산·외자유치 바닥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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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 대도시들의 각종 경제지표가 전국에서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는 청와대의 분석 자료는 자못 충격적이다.

대구는 1인당 총생산 규모에서 10년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업원 수가 1천5백명이 넘는 기업이 대구백화점·동아백화점·대구은행 등 3개뿐이다. 큰 기업들이 대구를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수성구에 있던 코오롱 공장이 김천으로 옮겼고, 제일모직 공장도 구미로 이사했다.

이들 3개 기업이 한 해에 뽑는 신입 사원은 50명 정도다. 대구는 산업생산 증가율·실업률·외국인 투자액 면에서도 전국 최하위권이다.

기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공장 부지가 없고, 있더라도 땅값이 인근 도에 비해 턱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대덕 단지가 있어 나을 것 같은 대전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구소만 즐비할 뿐 기업과 공장이 거의 전무한 형편이어서 1인당 총생산이 전국 13,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95년과 97년에 전국 4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10위권 밖에서 머물고 있다. 실업률도 전국 10위다. 산업생산 증가율만 90년 10위 안팎에서 2000년 들어 4∼6위권으로 올라섰을 정도다.

대전상공회의소 임재홍 부장은 "대덕 단지에서 각종 신기술이 양산되고 있으나 대기업은 한국타이어 등 4개에 불과하고 대형 방직 회사들이 파산하는 등 지역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과 경기는 전국 최상위권이다. 외국인 투자 규모에서 서울은 항상 1위다. 경기도는 97년에 6위를 기록했지만 그 뒤부터는 2위를 지키고 있다. 1인당 총생산은 매년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99년과 2000년 1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다. 서울은 99년과 2000년 상위권이었던 산업 생산 증가율이 지난해 10위로 처졌고, 같은 수도권인 인천은 외국인 투자에서 상위권이지만 다른 경제지표에서는 하위권 수준이다.

산업연구원 김인중 지역산업실장은 "서울은 탈공업화 추세고, 인천은 대우자동차 사태의 주름이 너무 컸다"며 "최근 기업들은 수도권 중에서도 경기도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 추이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96년 전국의 평균 재정 자립도가 62.2%에서 올해엔 54.6%로 7.6%포인트 낮아졌다. 지자체의 재정이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중 서울의 재정 자립도는 98.5%에서 95.6%로 2.9%포인트, 경기도는 80.3%에서 76.5%로 3.8%포인트 하락했지만, 일반 도지역은 43.1%에서 34.6%로 8.5%포인트 급강하했다. 지방 재정이 취약해지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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