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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세 반전" "더 두고봐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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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서울 집값이 올들어 처음으로 떨어지고 양도세 중과방침 발표로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자 아파트 시장이 이제 본격적인 침체기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주요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지난달 이후 관망세가 짙었던 아파트 시장이 불안한 국내외 경제여건과 강도 높은 부동산 안정대책 추가발표 영향으로 가격하락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심리적 위축에다 비수기가 겹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급매물 나오기 시작=송파구 잠실 저밀도지구 일대 중개업소들의 거래 전산망에는 매도호가가 지난달 말보다 4천만∼5천만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호가가 3억9천만∼4억원이었던 잠실 주공1,2단지 13평형은 3억4천만∼3억5천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잠실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 주공3단지 15평형을 3억7천만원에 매수했던 사람이 3억5천만원 수준에서 되팔겠다고 의뢰해 왔다"며 "분위기에 편승해 뒤늦게 매수에 나섰던 단기세력들이 손절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심의를 앞두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31평형의 호가가 4억7천만∼4억9천만원, 34평형이 5억7천만∼6억원에서 한 달째 게걸음하고 있다. 그러나 실거래는 이보다 1천만∼2천만원 가량 낮은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소득세법 개정이 예정된 12월 중순이전에 팔려는 매물도 많은 편이다.

양도세가 중과되는 6억원 이상의 분양권도 약세 조짐이다. 25일 입주하는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분양권값은 지난달 말까지 평당 2천2백만원이었으나 지금은 2천만원대로 떨어졌으며 전셋값도 평당 1천2백만원에서 1천만원 수준으로 내렸다. 대치동 우방공인 이성재 사장은 "아파트 가격이 힘을 잃은 것이 확실하다"며 "팔려는 사람은 많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재건축 착공이 진행 중인 서울 도곡동 주공1차 13평형은 6억6천만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1천만원 가량 떨어졌으며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53평형의 분양권 가격도 11억2천만원대로 지난달보다 3천만원 정도 빠진 선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도 약세가 완연하다.

◇대세하락이냐, 일시적 현상이냐=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투기지역 및 고가주택 개념을 도입한 부동산 안정대책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투기를 진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포동 라임공인중개사 양성근 사장은 "이젠 소비자들도 국내외 경제여건과 금리 등 거시경제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더군다나 부동산 가격이 꼭지에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각종 안정대책이 쏟아지는 데 시장이 버텨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대의견도 적잖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팀장은 "과거 2∼3년의 사례를 살펴봐도 8월과 11월 사이는 계절적 비수기로 아파트 거래와 가격이 소강상태를 보였다"며 "이번의 아파트값 하락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강남의 일부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의 안전진단 통과 여부, 재건축기본계획 확정, 대입 수능시험의 난이도, 대통령 선거 등 안팎을 둘러싼 재료를 검증한 이후에야 시장이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석 기자

caf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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