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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소설의'고갱이' 풍성한 상차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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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올해로 제2회를 맞은 미당(未堂)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제정한 이 두개의 상은 지난 한해 동안 우리문학의 수확을 정리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동안 창작·발표된 시와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추천·심사위원 1백20명이 세 차례에 걸쳐 심사하여 상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작품집들은 지난 4일 시상식을 가진 올해의 수상작 황동규의 시 '탁족', 김원일의 중편소설 '손풍금'과 후보작들을 함께 엮어 한해 한국문학의 성취를 가늠하기에 적절하다. 이 중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의 표제작인 '손풍금'은 분단을 소재로 사회주의자의 생애를 어떠한 이념적 편견도 없이 묘사하는데 성공한 역작이다.

소설부문 심사에 참여했던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교수는 "'손풍금'이 작가적 개성과 제재간의 호흡이 유기적이란 점, 기법상의 실험성과 작품의 완성도란 면에서 뛰어났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작품집은 이와 함께 김인숙·배수아·서정인·신경숙·이승우·이혜경· 최윤·최일남씨의 작품을 평론가의 해설과 함께 실어 한국 소설문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 10편을 놓고 치열한 토의를 벌였던 심사위원들(김용성·김윤식·김치수·박완서·이문구)은 "문단문학과 중견에서 원로에 걸치는 작가들이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의견을 모았다.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의 표제작 '탁족'에 대해,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는 심사위원들(김주연·유종호·이어령·정현종·홍기삼)을 대표해 "나그네길에서의 휴식 한때를 다룬 시인 특유의 여행 시편으로, 세상과의 두절을 다루면서 문명 개화된 우리 일상이 우리를 얼마나 피곤하게 구속하고 있는가를 상기시켜 준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후보작에 올랐던 김명인·김혜순·나희덕·마종기·오탁번·윤제림·정진규·최승호·최정례 시인의 작품을 평론과 함께 실은 것은 황순원문학상작품집과 마찬가지지만 장르 특성상 시인들마다 여러 작품을 실어 상차림이 풍성한 것이 다른 점이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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