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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1587억짜리 용산구 신청사, 회의실을 직원 창고로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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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호화청사 논란을 빚은 서울 용산구청 10층 회의실이 식당직원들의 창고로 쓰이고 있다. 무턱대고 크게 지어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강정호 인턴기자]

최근 몇 년 새 청사를 신축한 지자체가 무턱대고 크고 호화롭게 지은 청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금 낭비다. 2006년 350억원을 들여 신축한 옹진군 청사는 지역민에게 ‘용현동 동사무소’라고 불린다. 연면적 1만4984㎡의 청사에는 대강당·체력단련실·보건소 등 각종 주민편의시설을 갖췄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1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의 군민이 청사를 이용하려면 배를 타고 청사가 있는 인천시 남구 용현5동까지 나와야 한다. 인근에 사는 용현동 주민들만 가끔 이용할 뿐이다.

호화청사 논란을 빚은 성남시청도 남는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4층부터 9층까지 층마다 국별 회의실을 따로 만들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사용하는 게 전부다. 이외에도 세미나 용도의 중·대형 회의실만 7개가 된다. 회의실을 시민들에게 개방했지만 주로 사용하는 회의실은 2~3개에 불과하다. 연면적 7만4309㎡인 성남시청에는 750여 명의 공무원이 근무한다. 공무원 1인당 근무면적은 33.99㎡(사무면적 기준)에 달한다. 행안부는 지난달 6일 지자체가 대책 없이 호화청사를 짓는 것을 막기 위해 청사의 총면적을 제한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옹진군, 성남시처럼 법이 정한 면적을 초과해 청사를 지은 지자체는 이번 달부터 1년 안에 초과면적에 한해 기업 등에 임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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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을 내기 위해 건물을 유리로 지었지만 무더위에 직원·민원인이 고생하는 곳도 많다. 유리청사의 경우 여름에는 들어온 햇빛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온실효과’가 일어나 바깥보다 더워지기 때문이다.

3일 오후 부산 남구청이 있는 대연6동의 최고 온도는 30도를 넘었지만 청사의 에어컨은 오후 1~2시를 제외하고 종일 멈춰 있었다. 건물 외벽의 유리가 60%를 넘어 복사열이 실내에 가득 차 안은 찜통 같다. 직원들은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었다. 청사 냉방기준은 28도지만, 남구청은 실내온도가 30도가 넘어야 오후에 1~4시간쯤 냉방을 한다. 국무총리실이 올해 에너지 사용량을 지난 2년 대비 10% 감축하라는 지침을 내려서다. 청사관리담당 김창수 주무관은 “창문이 없는 곳에 앉은 직원들 고생이 많고 민원인도 불평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는 유리청사를 지은 지 7년 만에 일부 구조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고정식으로 만들어 창이 열리지 않아 공기 순환이 되지 않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남대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상태다. 최근 행안부는 2005년 이후 신축한 청사에 에너지등급을 3등급 이상으로 끌어올리라는 지침을 내렸다. 해당 청사는 모두 17곳이다. 에너지건설기술연구원의 조동호 박사는 “5등급 판정을 받은 청사의 에너지 효율을 3등급으로 끌어올리려면 유리 면적을 줄이는 건축공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한은화 기자, 이현주 인턴 기자(경북대 신방과 4) [전국 종합]
사진=강정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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