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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세계最古 도서관 부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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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구문화의 원류 가운데 하나인 헬레니즘 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세계 최고(最古)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2천3백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다.

이집트 정부는 "12년간의 복원 공사가 마무리돼 오는 16일 개관식을 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원전 290년 이집트왕 프톨레마이오스 1세 때 수도 알렉산드리아에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이집트·그리스·페르시아·인도 등 고대 동서양의 두루마리와 파피루스 문헌 80여만권을 소장하며 고대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았었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 여왕 시절 로마 집정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공격으로 본관이 불타 붕괴됐고, 서기 645년 사라센제국의 침공으로 9백여년 만에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 후 1천3백여년간 역사책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현대에 재현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1980년대 중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부인인 수잔 무바라크의 호소에서 비롯됐다.

그의 주창은 곧바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88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후원으로 재건기구가 발족했고, 중동의 산유국들이 6천5백만달러, 프랑스·독일·일본 등이 첨단설비와 도서관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등 국제적 복원 노력이 진행됐다.

90년 재건의 첫삽을 뜬 이래 12년간 투입된 예산은 총 3억5천만달러(약 4천2백여억원).

새 도서관은 '세계 최대·최고'라는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명성에 걸맞게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옛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던 지중해변에, 노르웨이 건축가의 설계에 따라 복원된 새 도서관은 대지 8만5천4백5㎡(약 2만5천8백평)에 11층 규모다. 초현대식 시설이라는 점이 옛 도서관과 다르다.

도서관 본관은 지름 1백60m·높이 33m의 원기둥형 건물로 내륙 쪽은 석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지중해 쪽으로 경사면을 이룬 지붕 전체는 자연광을 그대로 받을 수 있는 특수 유리창으로 설계됐다. 비디오·영사시설을 갖췄고, 컴퓨터로 모든 서지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도서관(www.bibalex.gov.eg/)으로 거듭난 셈이다.

맹인과 청소년을 위한 별도 도서관과 국제학술회의장·천문관과 함께 과학·고고학·고문서 등 분야별로 4개 부속박물관 시설도 갖추고 있다.

세라그 에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장은 "도서관엔 희귀본·필사본 초고 5만여권을 포함, 총 8백만권의 장서가 소장될 것"이라면서 "옛 도서관이 고대문명의 보석 역할을 했던 것처럼 새 도서관은 새 천년을 맞은 세계 문명의 빛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연표

-기원전(BC)331년:알렉산더 대왕 알렉산드리아 도시 건설

-BC297년:알렉산더 사후 장군 프톨레마이오스 1세 프톨마이오스 왕조 출범

-BC290년:왕실 연구기관 '무제이온'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건립

-BC235년:프톨레마이오스 3세 보조도서관 격인 '딸의 도서관' 건립

-서기645년:이슬람제국 칼리파 오마르의 공격으로 완전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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