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년연속 노벨상'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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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열도가 환호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76)도쿄(東京)대 명예교수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8일)에 이어 9일 밤에는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43)시마즈(島津)연구소 연구원의 노벨 화학상 수상 낭보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잇따른 수상 소식에 경기침체·납치문제 등 열도를 무겁게 누르던 갖가지 먹구름도 잠시 가셨다.

한해에 2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도 처음이지만 일본 정부와 언론은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도 이제 과학강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2000년에는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쓰쿠바대 명예교수, 지난해엔 노요리 료지(野依良治)나고야대 교수가 각각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화학분야는 3년 연속 수상자가 나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

일본은 1949년 유가와 히데키(湯川秀樹)가 처음 물리학상을 받은 후 올해까지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물리(4명)·화학(4명)·의학(1명) 등 과학분야가 9명, 문학 2명, 평화 1명이다. 경제분야만 없다.

87년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가 노벨 의학상을 받은 후 99년까지 과학분야 수상자가 없어 가슴을 졸인 적도 있다. 외국에서는 "일본은 응용과학에서는 강하지만 기초과학은 약하다""일본인은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그러다 올해 쾌거가 잇따르자 "일본 과학기술을 세계가 인정한 것"(아사히신문),"일본인은 창조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노요리 교수)며 '독창성 콤플렉스'에서 벗어났음을 선언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에자키 레오나(江崎玲於奈) 시바우라대 총장은 "학생들의 이과 기피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쿄대로서는 처음 노벨상 수상 교수를 배출하게 돼 '교토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됐다.

앞으로 노벨상을 겨냥한 일본 정부의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의 과학분야 수상자는 미국(2백1명)·영국(70명)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적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노요리 교수 수상 후 '향후 50년간 노벨상 수상자를 30명 배출한다'는 목표 아래 '과학기술 5개년 기본계획'(2001∼2005년)을 마련, 국내총생산(GDP)의 1%인 24조엔(약 2백40조원)을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달 초 국내 50개 대학의 1백13개 연구과제에 1백82억엔을 지원하는 방침도 확정했다.

지난해에는 노벨재단이 있는 스웨덴에 일본학술진흥회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국제과학계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연구실적을 홍보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의 체계적인 투자와 묵묵히 연구하는 학계 풍토가 맞물려 '노벨상 3년 연속 수상'을 이룬 것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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