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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 위해 외국자본 많이 유치할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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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부터는 진짜 할 일이 많을테니 각오 단단히 하라고 말씀들 하세요. 저는 오히려 좋아요. 저를 낳아준 조국을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으니까요."

입양아 출신으로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조디 카일리(28)는 "올해 3억달러의 외자 유치가 목표이며, 상반기 중에 외자유치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만 해도 10여건에 이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주요 임무는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영어 프리젠테이션과 영문 소식지를 만들어 국내외 주요 투자기관에 보내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방문했을 때 상담도 맡는다.

그가 여기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재정경제부 산하 한국조세연구원에서 근무할 때 국장으로 모시던 장수만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장이 초대 청장으로 부임하면서 따라오게 된 것이다. 그 전에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평화봉사단원으로 키르기스스탄 공화국에 파견돼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의 빼어난 어학 실력은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이 외국자본을 유치할 때마다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영어는 물론이고 키르기스어.러시아어.스페인어에도 능통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노사문제입니다. 한국에서는 해마다 대규모 파업이 일어난다는데 투자해도 괜찮겠느냐는 문의가 많습니다. 노사분규의 규모나 횟수가 많이 줄어들어야 할 것 같아요."

생후 8개월 만에 미국인 내과 의사 가정에 입양된 그는 세인트 토머스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기회에 생부.생모를 찾아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친부모가 저를 미국에 보낸 데 대해 미안해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덕분에 이 만큼 잘 자라서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일부러 찾지는 않겠지만 만날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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