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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야 할 세계화 장벽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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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계화는 대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상품과 자본·서비스·기술·정보·노동 등의 이동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계화에는 중요한 다른 얼굴이 있다. 진정한 통합과 포용력이 그것이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수반한다. 이 때문에 우리가 빈부차를 걱정하는 것처럼 하나로 통합된 세계의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 간의 거대한 차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누구나 국경을 넘나들지만 소수가 가진 특권은 자유와 기회를 갈망하는 다수에게 여전히 고통스럽게 두드러져 있다.

세계화는 아랍어로는 '세계의 포용'이라고 번역된다. 세계화로부터 이득을 얻는 사람들과 세계화를 불평등한 현실의 증거라고 생각하는 이들간의 분열을 치유하는 방법도 바로 포용적인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개방만이 아니라 기회를 늘리고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경제·사회의 세계화는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공동체의 세계화를 통해 지원되고, 지탱돼야 한다.

문제는 세계화가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어떻게 우리의 정책과 우선순위를 새 시대의 요청에 맞도록 조화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장벽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지역적인 문제에만 매달리거나 우리가 속한 도시나 국가에만 충성해선 안된다. 세계화는 우리를 그들과 구분하고 빈자와 부자를, 흑인과 백인을, 기독교도와 무슬림과 유대인을 구분하는 마음의 장벽부터 무너뜨릴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국적·인종·경제발전 정도를 초월하는 협력과 연대를 통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와 보건, 환경 또는 테러와의 전쟁의 영역에서도 상호의존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들 삶의 현실이 됐다.

이를 위해 정치지도자뿐 아니라 비정부기구·기업인·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도 소속감과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재고(再考)해야 한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비참한 운명을 포용하고 세계화의 온실을 이들에게 개방해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가난하고, 자유와 자결권 등 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이들을 배제하고서는 더 이상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수 없음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특권을 지닌 선진국 국민들은 관용과 다양성의 정신에서 가난한 나라의 시민들이 기회와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장벽 없는 세계에선 결국 그들의 문제가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상품에 시장을 개방하고 개발을 지원하거나 질병·환경문제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난민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이민을 포용하는 절차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9·11 테러는 새로운 위협이 인종·국가·종교의 구별을 갖고 있지 않고 부와 지위고하(地位高下)와도 무관하게 찾아 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위협을 줄이기 위해선 세계화의 이득도 중심부와 주변부든 모든 차이를 넘어 분배돼야 한다. 9·11의 희생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평화와 관용, 상호존중, 인권, 법치와 세계경제라는 세계화의 근본적인 가치였듯이 포용적인 세계화는 이 근본 목표들을 달성하는 핵심 방법이 될 것이다.

정리=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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