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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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질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얼굴과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엘리베이터 중앙 바닥에 배를 깔고 납작 엎드려라"고 충고한다. 엘리베이터가 바닥과 충돌해도 충격을 온몸에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타고 가던 차가 강물에 추락했을 때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에 떨어지는 순간 창문을 재빨리 여는 것이다. 차가 일단 물에 잠기면 바깥의 압력 때문에 차문을 열기 힘들다. 그러나 창문이 열려 있다면 물이 쏟아져 들어와 안팎의 압력이 비슷해지고, 차문을 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미처 손쓸 틈도 없이 가라앉기 시작했다면 단단한 물체나 발로 창문을 깨고 차밖으로 탈출해야 한다. 창문이 깨지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침착하게 기다린다. 스며든 물이 머리까지 차올라 바깥과 압력이 같아지면 숨을 크게 들이쉬고 차문을 연 다음 밖으로 빠져나간다(수영 실력은 그 다음 문제다).

산속에서 곰과 마주쳤을 때는 어떨까. 찜찜하지만 조용히 누워 있는 게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곰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나무에도 잘 오르기 때문에 제풀에 공격을 멈추길 기대하는 편이 낫다.(『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 조슈아 피븐·데이비드 보르게닉트 공저, 양은모 옮김)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가능성을 늘 안고 사는 게 인생이다. 우리 국민의 사망 원인에서도 사고사는 뇌혈관 질환과 심장질환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는 사고사가 1위다. 세계보건기구가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1분에 한명 꼴로 살인에 의해 숨지며, 40초에 한명씩 자살한다. 직접적인 무력충돌로 1시간당 35명이 세상을 뜬다.

그렇더라도 북한에 의한 '피랍 일본인' 13명 중 8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북한측 설명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그것도 우울증으로 자살(1명)하거나, 교통사고(2명)·석탄가스 중독사(2명)·익사(1명) 또는 간경변(1명)·심장병(1명)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이들 중 절반은 20·30대의 젊은 나이에 숨졌다. "8명 중 6명은 묘지가 수해로 훼손돼 찾을 수 없다"는 설명에 이르러선 의혹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노재현 국제부차장

jaik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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