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셋중 한명 휴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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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충남 천안의 H대 정보통신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李모(22)양은 지난해 2학기 초 휴학계를 내고 미국 필라델피아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지방대 졸업 후 취업을 하려면 영어라도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李양은 "학부 입학 동기생 중 남학생 대부분은 휴학 후 군대에 갔고 여학생도 절반 정도가 휴학 중인데 그 중에는 어학연수 등을 위해 외국에 나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학생수 부족으로 겪는 학교 운영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고교 졸업생수가 대입 정원보다 적어져 대학마다 신입생 충원에 비상이 걸린 데다 휴학하는 재학생마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세명 중 한명이 휴학 상태다. 특히 휴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방 대학들은 재정악화로 교육여건이 더욱 열악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3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 1백61개 4년제 국·공·사립 일반대학의 2002년 4월 1일 현재 재적생은 1백77만3천7백여명이며 이 가운데 31. 4%인 55만6천4백여명이 휴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1998년 27. 8%▶99년 30. 5%▶2000년 30. 5%▶2001년 31. 0%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휴학 사유는 '군입대'가 가장 많은 31만7천2백여명으로 전체 휴학생의 57. 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58. 7%)보다는 비율이 다소 줄었다. 대신 외국유학·연수 등에 의한 '일반휴학'이 22만7백여명(39. 7%)으로 지난해보다 1.7% 포인트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학연수 등의 이유로 일반 휴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게 전체 휴학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별로는 서울의 주요 상위권 대학은 휴학률이 23. 8∼31. 2%에 달했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전남·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휴학률이 50%에 육박하는 등 지방일수록 휴학률이 높았다.

이같은 학생수 부족으로 지방대들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남 B대학의 기획조정처 관계자는 "연수나 편입학 준비 등의 이유로 중도에 휴학하는 학생이 늘고 있어 등록금 감소로 인한 재정적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이는 시설투자·교수채용 어려움으로 이어져 대학 경쟁력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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