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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명꼴 살해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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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세계적으로 1분마다 한명이 살해 되고 40초에 한명꼴로 자살하며 1시간에 약 35명이 전쟁 등 무력충돌로 사망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3일 발표했다.

WHO는 이날 '폭력과 보건에 관한 세계 보고서'를 공개하며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백65만명을 넘는다"고 발표했다. 지난 3년간 전세계 1백70개국에서 1백6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특히 자살과 10대·20대의 폭력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하고 아동학대와 여성 및 가정폭력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그로 하를렘 브룬틀란트 WHO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가 가정폭력과 자살에 대한 금기를 깨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폭력은 이제 우리 생활의 한 단면으로 숨기기보다는 털어놓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10∼20대의 폭력과 살인=2000년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는 5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10대·20대 사망자가 19만9천명으로 전체의 약 38%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마약·알콜과 관련된 폭력으로 사망했으며 권총 등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젊은층의 폭력 사망률은 미국과 중남미에서 가장 높았으며 서유럽과 캐나다는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흑인 젊은층의 폭력 사망자가 백인의 경우보다 12배 이상 높았다.

◇연간 자살자 81만명=2000년 기준으로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백65만9천명에 이르는 폭력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중 절반가량인 81만5천명(49.1%)에 달한다. 자살이 가장 많은 지역은 동유럽이며, 중남미의 자살 비율이 가장 낮았다.

또 설문조사에서 "자살을 기도하고 싶다"고 응답한 남성들이 여성의 3배나 되며 60세 이상 노년층의 경우 대다수가 "자살을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아동학대 및 여성폭력=연간 5만7천명의 어린이들이 아동 학대로 사망하고 있으며 아동에 대한 폭력사례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 "67%의 한국 부모들이 아이들의 훈육을 위해 회초리를 든다고 응답했고 45%가 아이들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때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폭력도 위험 수위에 달해 대략 여성 4명 중 1명이 폭행(성폭행 포함)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폭력에 노출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탄자니아에서는 매년 노년층 여성 5백명이 '흉년을 가져온 마녀'라는 이유로 살해되고 있다.

신은진 기자

nad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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