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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윤리강령' 무산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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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패방지위원회가 만들어 행정자치부에 제정을 권고한 '공무원 행동강령'이 공무원들의 반발로 사문화할 전망이다. 법안 제정 권한이 없는 부방위가 행자부에 의뢰해 9월 말까지 이 강령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3일 행자부에 따르면 부방위의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해 '현실성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제정을 사실상 거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최근 부방위에 전달했다.

행자부는 의견서에서 "행동 기준이 현실과 괴리가 크면 지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음성화될 소지도 있다"며 "내용도 너무 구체적이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50개 정부 부처와 기관 소속 공무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 의견서를 만들었다.

부방위는 지난 7월 21일 ▶직무와 관련된 사람으로부터 본인·배우자·직계 존비속의 선물·경조금 수수 금지▶직무와 무관한 사람으로부터 일정액 이상의 선물·경조금 수수 금지▶연봉의 30% 이내에서만 부업허용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무원 행동강령을 발표했었다.

행자부 측은 "강령이 규정하고 있는 직무 관련성의 범위가 너무 모호하고 권고안대로 경조금품 수수를 금지할 경우 모든 공무원의 범죄인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법령은 지켜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정돼야 하는 현실성을 갖는다"며 "공무원들로부터 수렴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부방위의 법령 제정 권고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방위 측은 공무원들의 의견을 수용할 경우 행동강령 자체가 상당 부분 의미를 잃게 돼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대훈 기자

coch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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