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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1세대 지금 뭐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0면

정문술·이금룡·염진섭·이민화….

한국의 벤처·인터넷 업계를 이끌었던 이른바 벤처 1세대의 리더들이다.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벤처 시대의 개막을 주창하던 이들은 2000∼2001년 벤처 거품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제자리를 잃었다.이들은 지금 대부분 현업에서 물러났거나 개인적으로 투자해 지분을 갖고 있는 작은 벤처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KTB네트워크 관계자는 "초기 열정으로 한우물을 파며 사업을 이끌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거나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확대 재생산'에 실패해 물러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그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재충전의 기회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도사로 불렸던 옥션 이금룡(51) 전 사장은 지난 7월 사장직에서 물러나 고문이 됐다.그는 사장을 그만둔 뒤에도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이 사장은 KT의 자회사인 전자상거래업체 KT커머스의 CEO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염진섭(49) 전 야후코리아 사장은 지난 8월 말 건강상의 이유로 온라인 교육업체 배움닷컴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배움닷컴 관계자는 "대표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지분에는 변화가 없어 주 1회 정도 이사 간담회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염 전 사장은 인터넷 여행업체 ㈜로드에이비씨(www.roadabc.co.kr)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달에 서너번 정도 부정기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한다.로드에이비씨 관계자는 "최근 가벼운 운동을 하며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화보다는 주로 e-메일을 통해 연락한다"고 말했다.

벤처업계의 대부로 꼽히던 미래산업 정문술(65) 전 사장도 지난해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채 등산·독서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사무실에는 자주 들르지만 강연 요청에는 거의 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지난 4월 벤처농업대학 학장을 맡았는데 '대학'과는 전혀 무관한 토론 모임으로 농민·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한달에 한 번 정도 모여 농어촌 발전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화(49)전 메디슨 사장은 올해 초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부도가 난 후 현재 모 의료정보 회사의 고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8년 8월 위기 속의 한글과 컴퓨터 사장으로 취임,세인의 관심을 모았던 전하진(44)전 한컴 사장은 지난해 10월 물러나 자회사인 인터넷 업체 네띠앙을 이끌고 있다.최근 인터넷과 노래방을 접목한 '디지털 노래방'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전 사장 이전에 한컴을 이끌며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이찬진(38) 전 사장은 한컴 지분을 정리한 이후 99년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드림위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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