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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우리금융 인수 채비 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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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먼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익명을 원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부적으로 정밀하게 연구하기로 했다”며 “필요하면 외부 컨설팅도 받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규모가 불충분하다는 인식은 오래전부터 내부적으로 공유돼 있다”며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새 사령탑을 맞이한 KB금융도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어윤대 회장이 당분간 M&A를 하지 않겠다는 말로 메가뱅크에 대한 비판론을 봉합해 놓았지만, 연말에 실적이 호전되고 주가가 오른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금융권에선 인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자기 돈을 내고 우리금융을 쇼핑할 만한 곳은 찾기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사모주식펀드(PEF)를 구성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금융지주사가 PEF를 통해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PEF에 대한 출자 규모가 금융회사는 30% 미만, 산업자본은 18% 미만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으로 지분 일부 매입과 합병을 섞는 방식도 있다. 우리금융 지분 중 일부만 인수한 뒤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지주사 간 주식 맞교환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정부도 고민이다.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기가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금융에 지원된 공적자금은 모두 12조7663억원이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회수된 돈은 5조3014억원에 그쳤다. 회수율은 41.5%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예보채의 이자 지급액 5조~6조원을 합하면 회수율은 30% 안팎에 그친다.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57%를 전량 매각해도 이미 쏟아부은 공적자금의 원금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주가는 1만4700원이라 예보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6조7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받고, 주가가 오르면 원금을 회수할 수는 있다. 우리금융 주가는 2007년 2월 2만6000원까지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면 인수를 원하는 금융사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의 딜레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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