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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겨울철새 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여름에 활동하는 반딧불이 서식지는 한겨울에, 겨울철새 도래지는 초여름에 조사한다'.

환경부가 희귀 동식물 서식지·철새도래지 등의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시기를 엉뚱하게 잡은 형식적 조사가 최근 3년간 14차례에 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박인상 의원(민주당)은 30일 국정감사 자료에서 환경부 산하 지방환경관리청·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매년 수행하는 '생태계 변화 관찰사업'의 조사 시기·형식·보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근 감사원의 주의를 받았다며 이처럼 지적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반딧불이 서식지인 전북 무주 남대천 지역을 관할하는 전주지방환경관리청은 서식지 조사를 2000년에는 4월 21일과 12월 19일에, 2001년에는 10월 24일에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딧불이는 여름철인 6∼9월에 활동하며 10월 이후는 관찰할 수 없다.

전주환경청은 2000년에 매·큰고니 등 겨울철새 도래지인 새만금지구를 초여름인 5월25일에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인지방환경청은 해오라기·백로·꾀꼬리 등 여름철새 서식지인 전호산 지역의 실태조사를 한겨울인 2001년 1월 17일과 2002년 1월 15일에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처럼 엉뚱한 시기에 생태계 관찰을 한 사례가 5개 지방환경관리청, 14개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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