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육군 진급심사 기준 문제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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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육군 장성 진급 심사 때 적용된 '잠재역량 평가' 결과의 전모가 드러났다. 그 내용을 보면 누가 봐도 납득이 안 가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동안 육본이 사전에 작성한 '진급유력자 명단'에 들어있는 52명 대부분이 'A'를 받았다. 반면 이들과 경쟁관계였던 대상자들은 거의 'D''C'를 받았다. 또 자질.덕목 등 10개로 구성된 평가항목도 상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의혹을 던져주었다.

장군 진급은 심사받기 전까지의 복무성적인 '표준점수'(85점)와 장성으로서의 미래역량을 평가하는 '잠재역량 평가점수'(15점)를 합해 결정된다. 그런데 당락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3개 추천위원들이 주는 잠재역량 평가점수다. 육본이 작성하는 표준점수에서는 차이가 거의 나지 않고 잠재역량 분야에서 점수차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해선 보다 면밀한 기준과 누구도 이해할 만한 근거가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육본 측이 해온 해명에는 그런 기준과 근거를 찾기 어렵다. "추천위원들이 대상자의 근무성적과 경력 등을 토대로 평가항목에 따라 정실 없이 한 것"이라는 정도의 해명으로는 이번 건을 둘러싼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점에 육본 측은 유념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이미 군사재판에 회부돼 있으므로 이런 의혹들도 군사법정에서 가려져야 한다. 이 문제를 더 이상 군 검찰과 육본의 성명전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육본과 군검찰의 갈등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이번 대립은 진급시스템에 대한 양측의 원초적 시각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측면도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여러 맹점이 드러난 진급심사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질.덕목 등 상부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할 소지가 큰 평가항목들은 제외하거나, 계량화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심사의 자의성을 줄여야 누구라도 승복하는 것이다. 표준점수를 잘 받고도 탈락한 대상자들에게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절차는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