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니까 金으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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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세계 증시의 동반 침체와 미국-이라크 전쟁 위기 등으로 국제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이 대체 투자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CBS마켓워치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은 지난 1월 온스(약 32.1g)당 2백82달러 수준이었으나 9월 말에는 3백29달러까지 오르는 등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 금 한돈쭝 소매가격도 8월말 6만1천원 선에서 최근엔 6만3천원 선으로 올랐다. 올들어 계속 오르던 국제 금값은 5월 말을 고비로 상승세가 꺾였으나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가 몰리자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와이스 리서치는 최근 1년간 개인투자자들의 금 관련 펀드 투자액이 6억5천만달러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또 최근 주요 생산 비용·환경 문제 등으로 금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광산을 폐쇄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골드필드 미네랄 서비스는 올해 전세계 금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 감소한 2천5백14t에 그치는 반면,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12.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져 4백달러를 넘어서고 앞으로 10년간 3백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 금 시세는 미국 정부가 사상 최악의 재정난을 겪었던 1980년 1월 선물가격이 온스당 8백86달러까지 폭등한 적이 있었으며,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공격했을 때도 3주 만에 18%나 올랐었다.

LG상사 비철금속사업팀의 이언종 부장은 "국제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금은 알루미늄·구리 등 다른 금속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르곤 했다"며 "국내의 경우 연간 수요량이 1백20t으로 안정돼 있어 수급 측면에선 문제될 게 없으나 금값이 국제 가격에 그대로 연동되므로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국내 금값 상승의 한 요인"이라며 "유휴 자금이 있다면 투자 대상으로 선택할 만하다"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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