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억의 TV외화 인터넷 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날으는 날으는 원더우먼(원더우먼!) 하늘에서 나타났나 원더우먼, 땅에서 솟아났나 원더우먼(…) 힘센 미녀 원더우먼, 하늘의 심부름꾼…." 1970년대 후반 집에 TV가 있었다면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미녀의 활약을 담은 외화 시리즈 '원더우먼'의 주제가는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주인공이 몸을 수십 바퀴 돌려 성조기 팬티를 입은 원더우먼으로 변신할 때마다 사람들은 얼마나 열광했던가.

80년대 들어서도 'V(브이)''에어울프''전격 Z작전' 등 외화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러나 TV 외화는 한번 상영되면 그뿐, 이들 프로그램은 팬들의 '기억의 창고' 한구석에서 조금씩 잊혀져갔다.

그런데 최근 이들 프로그램이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이번엔 TV가 아닌 인터넷 상에서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70∼80년대 방영됐던 외화 시리즈의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현재 수십개의 동호회와 수백여개의 개인 홈페이지에서는 외화 시리즈의 줄거리·등장 인물 이야기·사진은 물론동영상까지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의 외화들

85년 KBS에서 방영한 'V(브이)'는 당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구 정복을 꿈꾸는 외계인 다이아나가 쥐를 잡아먹고, 가면 얼굴을 벗는 장면은 당시 미미했던 특수 효과 수준에서 충격을 던져줬다.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 빨리 와줘"라고 말하면 수초 안에 달려오는 자동차가 인상 깊었던 '전격 Z작전', 스위스 칼 하나와 천재적인 머리로 임무를 척척 수행한 '맥가이버', BA·한니발·멋쟁이·머독 등 개성 강한 네명의 해결사 'A특공대', 화만 나면 청바지가 두두둑 찢어지며 괴물 헐크로 변하는 '두얼굴의 사나이' 등은 80년대를 풍미한 외화들이다.

괴력이나 초능력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로 인기를 끈 외화들도 있다. '케빈은 열두살'은 미국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사춘기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 많은 호응을 얻었다. 미국산(産) 외화의 홍수 속에 멕시코에서 제작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천사들의 합창'은 특히 여자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소머즈''원더우먼''6백만불의 사나이'등 70년대 방영된 괴력 3인방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 옛날 프로그램에 열광하다

1만2천명의 매머드급 회원수를 자랑하는 인터넷 동호회 '추억의 명화'(cafe.daum.net/screenzzang)는 대부분의 회원이 20∼30대다.

이들이 화질도 떨어지고 이야기도 느슨한 옛날 외화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십여년 전에 본 것이라 인상적인 장면 몇 컷 정도만 머리 속에 남아 있어요. 그 시절 재밌게 봤던 장면을 회원들끼리 서로 얘기하다 보면 조각이 맞춰지면서 다시 그 재미에 빠져들게 되죠." '추억의 명화'의 운영자 양정훈(27)씨의 말이다.

젊은 네티즌의 이같은 '복고 열풍'에 대한 시각도 다양하다. 현란한 뮤직비디오 화면에 식상해진 젊은이들이 오히려 '촌스럽고 황당한' 이야기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30∼40대의 경우는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을 피해 풍요로웠던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의 반영이라는 해석이다.

# 만약 다시 보고 싶다면

'V'는 90년대 초반에 재방송됐고, '원더우먼'은 케이블 GTV에서 얼마전 방영됐다.

그러나 대체로 TV에서 이들 고전 프로를 다시 보기는 어렵다.소수 매니어층을 위해 재방송을 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데다 프로그램을 재계약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마냥 재방송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법. 추억의 외화 시리즈를 보기 위해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일부 외화 시리즈는 비디오 테이프나 DVD로 출시됐다.

'V'는 비디오테이프(80분 5회 분량)와 DVD가 나와있다. '천사들의 합창'이나 '원더우먼''스파이더맨' 등은 비디오로 나왔다. 옛날 비디오를 처분하는 비디오숍에서 찾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인터넷의 개인 홈페이지나 해외 공식 팬 사이트 등을 찾아보면 해당 프로그램의 동영상이 올라 있다.

그러나 인터넷 동영상의 경우 주로 TV 화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뒤 AV파일로 전환했기 때문에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박지영 기자

naz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