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지휘솜씨 환영객들 시선 '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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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미선씨, 부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만경봉호가 다대포항에 닻을 내리는 순간 낯선 환영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북한 취주악단을 이끌고 온 지휘자 박미선(사진)씨는 일순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미소를 짓고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곧이어 10여분간 능숙한 지휘 솜씨로 남측 환영객에게 '아리랑' '우리는 하나' 등 낯익은 노래들을 선사했다.

북한과 홍콩의 남자축구경기가 열린 창원종합운동장에서도 박씨는 취주악단을 이끌며 관중의 시선을 끌었다.

박씨는 북한의 유일한 여성취주악단 지휘자로 북한에서도 실력을 갖춘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본지를 통해 소개된 바도 있다.

박씨는 자신의 소속을 청년취주악단이라고 밝혔지만, 원래 소속은 1996년 설립된 인민보안성(한국의 경찰청) 여성취주악단이다. 이 악단은 각종 국가 행사에서 주악을 전담하고 있으며, 북한에서 '음악계의 꽃'으로 통한다.

단원들이 미모를 갖춘 스무살 내외인데다 연주와 함께 세련된 율동까지 겸해 북한 주민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단장과 부단장 등 임원을 제외하고는 1백50여명의 여성 나팔수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예술'은 이 악단에 대해 "세상에 없는 독특한 형식과 미를 갖춘 예술집단으로, 설립된 지 몇년 안된 짧은 기간에 1백여곡의 취주악곡을 훌륭히 형상할 수 있게 됐다"고 극찬한 바 있다.

부산=정창현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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