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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구조 활동 보여주며‘친근한 중국군’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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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0일 오전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서남쪽으로 1시간가량 달리자 팡산(房山)구 량샹(良鄕) 인근에 자리한 베이징군구(軍區) 산하 공병단(工兵團)이 나타났다. 7대 군구로 나눠진 인민해방군에서도 베이징군구는 베이징과 톈진(天津)시뿐 아니라 허베이(河北)·산시(山西)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를 관할하는 핵심 군구다. 이 때문에 베이징군구 공병대는 이 분야에선 최정예로 꼽힌다.

베이징군구 소속 공병부대원들이 30일 지진 발생을 가상해 긴급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방대원과 유사한 복장을 했지만 모두가 현역 군인이다. [베이징군구=장세정 특파원]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 건군 83주년(8월 1일)을 맞아 이 막강 공병대의 훈련 모습을 150여 명에 달하는 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중국군의 발전상과 생생한 훈련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 표면상의 이유였다.

오전 9시30분이 되자 기다리던 훈련이 시작됐다. 공포탄 소리를 신호로 공병대 대원들은 강진 발생 상황을 가정해 신속하게 출동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주황색 구조복을 입은 대원들은 구조용 특수차량에서 드릴을 꺼낸 뒤 신속하게 건물 잔해의 바닥을 뚫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탐색견을 동원,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더미에서 매몰자를 구조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취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1964년에 창설된 이 부대의 부대장 왕훙궈(王洪國) 상교(上校, 고참 중령 계급)는 “2001년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을 받아 중국국제구조대를 창설했다”며 “450명으로 구성된 구조대가 라이베리아·파키스탄·이란·인도네시아·아이티에서 구조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자랑했다.

한편 최근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합동 해상훈련으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중국이 이번 참관을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할 것으로 많은 외신들은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완전히 다른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진 구조활동을 보여줌으로써 인도주의에 투철한 중국군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다.

평화와 인도주의를 너무 강조한다 싶어서 한 국방부 간부에게 물었다. “중국군은 훈련할 때 누구를 가상적으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중국은 군사 훈련을 해도 제3자를 가상적으로 삼지 않는다”며 “중국군은 ‘평화의 친구’이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쪽이 우리의 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평화 유지가 중국군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구조 훈련 참관이 끝난 뒤 인근 부대 강당에서 진행된 국방부 대변인 겅옌성(耿雁生) 대교(한국의 대령)의 기자회견 메시지는 비슷했다.

겅 대교는 “중국은 시종일관 방어형 국방정책을 유지하고, 영원히 패권을 칭하지 않아(永不稱覇) 어떤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4%로 주요국의 비중인 2∼4%보다 낮다”고 말했다. 한·미 군사 훈련에 대해서는 “황해(서해의 중국식 명칭)든 다른 근해에서든 중국의 안보에 영향을 주는 훈련은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베이징군구(량샹)=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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