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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핫 이슈] 5. 재건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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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해 아파트 재건축 시장은 '수렁'은 지났지만 '흐림'으로 예상된다. 개발이익환수제를 비롯한 재건축 규제의 완화 기대감이 돌고 시세도 지난해와 같은 급락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만 밝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규제와 시세에서 '최악'은 지났기 때문에 올해가 재건축 단지 매입 적기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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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제 최대 변수=임대아파트가 함께 들어서는 데 따른 집 가치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도 이 제도 도입에 따른 가격 하락분을 대지 지분에 따라 가구당 800만~2000만원 정도로 추산한다.

그런데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10~25%를 임대아파트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이 제도 도입과 관련, 논란이 벌어지면서 관련법 처리가 다음달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환수제 도입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었으나 환수방법 등을 두고 의견 차가 컸다.

건교위는 이달 말 공청회를 열 예정인데, 업계는 임대아파트를 통한 개발이익 환수는 시행되더라도 그 내용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적용지역이 줄고 임대아파트 의무비율이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등이다.

대상이 8만4000여가구에 이르는 서울 고밀도지구 기본계획이 올해 대부분 확정된다. 지난해 결정된 서초.반포지구에 이어 지난해 12월 공람공고한 여의도지구 등 일곱곳의 계획은 오는 3월 확정될 예정이다. 서초.반포지구처럼 여의도 등의 용적률도 최고 230%로 제한될 게 확실해 고밀도지구 재건축 사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 재건축 시장 규제는 다소 풀린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단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사업승인을 신청하면 공정률 80% 이상 때 분양토록 한 후분양제 대상에서 지방 투기과열지구는 제외됐다. 지난해 말 분양권 전매 제한이 완화된 지방에 올해 투기과열지구 해제 조치까지 나오면 조합원 명의변경이 가능해져 지방 시장 사정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2004년 이후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경우 명의변경이 안 된다.

◆"최악은 지났다"=규제.시세 모두 "더 나빠질 게 없다"는 게 새해 재건축 시장의 분위기다. 환수제 완화 기대감이 크고 이미 시행 중인 재건축 규제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

이헌재 부총리도 지난 7일 "건설경기 급락을 막기 위한 재건축 규제의 합리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교부 관계자는 "후분양제.중소형 평형 의무비율.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등의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단지 시세의 경우 지난해와 같은 폭락 사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03년 시행된 중소형 평형의무비율.후분양제 등에다 환수제 시행예고까지 겹쳐 지난해 시세 추락이 빚어졌는데 현재 시세에 악재가 거의 다 반영됐다는 것이다. 강남구 현대공인 양승훈 사장은 "환수제가 시행되면 영향을 많이 받는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조금 더 하락할 수 있겠지만 이미 알려진 것이어서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올해 대체로 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각종 규제에 따른 사업성을 따지느라 손을 놓다시피한 사업이 일부 재개돼 답답한 재건축 사업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사업속도가 빠른 단지들은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서두른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2단지, 강서구 화곡제2주공, 인천 가좌주공1단지, 수원 매탄주공2단지 등이다.

환수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단지들도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다. 3단지에 이어 2단지가 지난해 12월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울 반포지구는 올해 환수제 시행 등의 영향을 따지며 재건축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3단지 조합 관계자는 "환수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규제가 풀리면 풀리지 더 나올 게 없기 때문에 사업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개포지구와 고덕지구 단지들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시행인가까지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본1.2주공, 철산주공2.3단지 등도 올해 사업시행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재건축 시장이 2~3년 전처럼 다시 살아나기는 어렵다. 여전히 곳곳에 규제의 덫이 있고 재건축 투자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일반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하지만 시세 하락 압력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에 재건축단지 수요자들은 올해 매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은 편이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사업계획이 거의 확정돼 사업 안정성이 높고 입주가 멀지 않은 사업시행인가 전후 이상의 단지들을 사기에 적당한 때"라고 말했다.

투자 목적이라면 서울의 경우 조합원 명의변경이 안 되기 때문에 장기투자 자세로 기존 용적률이 낮아 용적률 상승 폭이 크거나 일반분양분이 많아 추가부담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단지들을 겨냥하는 게 유리하다. 고밀도지구는 재건축 자체가 안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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