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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년'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온 국민이 애타게 생환을 고대했던 다섯명의 '개구리 소년'이 끝내 말없는 유골로 모습을 드러냈다. 32만1천여명이라는 단일 사건 최다 동원의 기록도, 영화·노래까지 만들어 4천만이 한마음으로 갈구했던 바람도 허망하게 무너져버렸다. 유골과 유품이 발견된 장소가 그동안 수색대가 이잡듯 뒤졌다는 와룡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살아 있다면 어엿한 20대의 건장한 청년일 이들의 낡고 조그마한 운동화와 보철 흔적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비통할 것이다. 11년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자식 찾기에 매달려 온 이들 부모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그간 외로이 구천을 헤매었을 '개구리 소년들'의 영혼에게도 안식이 깃들이기를 기원한다. 유골만 남은 상태여서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어렵다곤 하지만 경찰은 반드시 의혹을 풀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사인 규명에 최선을 다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가슴에 한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해마다 5천여명의 어린이가 실종되고 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전국을 헤매는 부모도 5만여명을 헤아린다. '자식을 잃어버린 죄인'이라는 자책감으로 몸과 마음에 병을 얻고, 끝내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3중고의 가정이 흔하다. 거개가 아이 찾기 몫이 부모에게 떠맡겨진 탓이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도 많은 수사 인원이 동원됐다고는 하지만 마치 '반짝경기'처럼 진행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이를 안심하고 기를 수 있고, 비록 아이를 잃어버리더라도 곧 찾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사회라야 구성원이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할 수 있다. 공영방송 채널에 미아·실종 가족 찾기 정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한국복지재단의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와 수사기관의 실종 아이 신상 정보 공유 등 제도적 보완책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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