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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2005년도 한반도 정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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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국제정세 전망

1. 국제테러와 갈등의 지속

2005년에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민족주의적·분리주의적 세력의 활동에 따른 정치적 불안, 인종·종족·종교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슬람세력의 테러행위는 중동 지역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유럽 등 세계 전역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미국, 영국에 이어 3번째 규모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한 한국도 이슬람단체의 테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2005년 1월로 예정된 이라크의 선거와 민주화 진행과정을 포함한 이라크의 전후 질서 복구 및 PLO의 새로운 지도층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 등 중동지역의 평화정착이 세계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이란, 북한의 핵개발 중지에 대한 관심 고조

북핵 문제와 이란 핵문제는 2005년도에 미국의 반테러·비(반)확산 정책의 우선 사안으로 다루어질 것이며, 이란 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2004년 12월에 있었던 이란의 전면 핵동결조치에 따라 핵, 기술·경제협력, 안보문제 등 3개 분야의 실무그룹 협상이 본격화 될 것이며, 이러한 이란 핵문제의 해결방식이 북핵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3. 미국, EU, 중·러의 세계질서 주도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EU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 중·러의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등으로 미국, EU, 중·러가 세계질서의 흐름을 규정하는 3대 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유일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테러·반(비)확산 정책을 매개로 국제질서를 주도하려는 노력을 견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영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태국 등과의 동맹관계 강화에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전후복구와 관련된 미국과 프랑스·독일간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25개국으로 확대된 EU가 점차 NATO의 틀을 벗어나 독자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려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과 EU간 갈등도 점진적으로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러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며,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적 분야는 물론 정치ㆍ경제 분야에서의 협력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4. 경제적 이슈로 인한 국제적 분규 증가

세계무역자유화의 흐름이 반세계화의 역풍을 맞는 가운데 경제블록화의 심화가 분쟁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NAFTA, 중화경제권, 동아시아경제권, 남미경제권 등 경제블럭화 경향은 무역분규와 에너지자원에 대한 분쟁을 촉발시킬 것이다. 미국, 일본, EU, BRICs간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것이며, 특히 중동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자원에 대한 경쟁에 중국도 가세할 전망이다. 또한 미 달러화의 약세와 중국의 고정환율제 유지도 무역전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Ⅱ. 동북아정세 전망

부시 2기 행정부는 2005년에도 반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미국적 가치의 확산이라는 대외 정책목표의 틀에 입각하여 동북아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대테러전과 이라크전후 처리를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 한국 및 일본과 동맹관계의 재조정,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등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지역 강대국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수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8~9% 대의 경제성장을 토대로 다자주의 및 러시아와의 안보협력을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응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통해 동북아에서 위상 강화를 시도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의 ‘핵심동맹’ (key ally) 관계를 기초로 ‘보통국가’로의 발전 및 자위대의 역할 확대 등 군사대국화를 추진할 것이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다시 시도할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테러, WMD 문제에서는 미국과 협력하는 반면,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기초로 미국의 일방주의 및 선제공격전략을 견제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에너지 개발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동북아 역내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모색할 것이다.

1. 북핵문제의 해결 모색

2005년 상반기 중 6자회담이 개최되어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라크전후처리, 이란핵개발문제 등을 고려하면서 북핵문제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것이며, 북한은 경제난 해소, 안전보장 확보 등을 위해 6자회담에 참여하겠지만,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벼랑끝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폐기, 북한체제보장, 대북경제지원 등 큰 틀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핵폐기 절차, 검증, 북한체제보장방안, 대북에너지지원 방안, 대북경제협력방안 등 구체적 문제는 후속 분야별 실무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의 결렬과 회담 재개 등이 몇 차례 반복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 경우,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물질의 해외 이전, 핵실험, 미사일 실험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회부되는 등 대북압력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북핵문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될 경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중국, 한국 등의 중재나 북·미 직접 대화 등을 통해서 극적으로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미ㆍ일 동맹의 강화

2005년에도 미·일간에는 반테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북한의 핵개발 저지, MD, PSI, 중국견제 등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간 동맹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일본의 보통국가로의 전환과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획득을 측면 지원하는 대신, 중국견제를 위해 주일미군 재배치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다. 일본은 대미편승외교를 통해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한편, MD 참여를 통해 일본의 방위산업을 육성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비용 분담, 지역선정, 대상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미·일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일미군의 활동영역을 동아시아지역 전체로 확대하려는 미국과 미·일안보조약에 근거하여 주일미군의 활동범위를 극동지역으로 한정하려는 일본간 입장차이가 드러나고, 주일미군 기지 이전 예정지역의 주민 반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3. 미국의 일방주의 대 중국의 다자주의의 대립

북핵문제와 국제테러 방지 등에 대한 이해의 일치로 미ㆍ중 간에는 협력적 동반자관계가 유지되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해 중국은 다자주의로 견제하고자 할 것이다. 중국은「상하이협력기구」(SCO),「아세안지역포럼」(ARF) 등 다자주의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4. 일ㆍ중간 갈등의 심화

미국과의 ‘핵심동맹’을 기초로 경제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역할을 모색하는 일본과 2020년까지 ‘小康社會’ 건설을 목표로 ‘崛起外交’를 수행 중인 중국 간의 역내 영향력 경쟁은 200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관련, 중국은 일본이 과거 군사침략 행위를 반성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2005년 유엔총회에서도 이를 반대할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일본정부는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과 과거 식민지 지배의 역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국간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해저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釣魚島 등 동중국해 해역에서 해상권 장악을 위한 일ㆍ중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소규모의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Ⅲ. 북한정세 전망

1. 대내동향

가. 정치. 사상동향

<선군정치의 이데올로기화>
선군사상이 통치이데올로기로 격상되어 김정일 유일체제를 정당화하는 이념적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은 ‘선군혁명사상’을 주체사상을 계승 발전시키는 혁명이론으로 정립하려는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선군정치’를 통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 중심의 권력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며, 해방 60돌, 당 창건 60돌과 같은 행사보다 ‘선군정치 10돌’을 기념하는 행사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방위원회 중심의 권력집중 강화>
북한은 노동당에 정치·군사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국방위원회 중심의 권력구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중앙위원회의 기능을 축소하고 국방위원회 중심의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김정일 친정체제의 구축을 공고화 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며, 인민무력부, 군총정치국, 군 총참모부 군부라인을 국방위원장 직속체제로 일원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노동당조직 및 인원의 축소, 중앙당 비서국 전문부서의 통·폐합 등에 이어 지방당의 조직 및 인원을 축소시키고 당의 역할을 ‘선군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이념 강화 및 정치적 충성 동원에 국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당중앙위원회, 군부, 내각을 수평적으로 배치하여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한편 국방위원회가 이들 조직을 분리통제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당 농업정책검열부와 경제정책검열부의 폐지에 의해 농업·경제부문에서 내각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한편 김정일 시대의 비젼 제시, 당 역할의 정상화, 권력구조 및 인사개편 등 7차 당대회 개최의 필요성이 있으나, 북핵문제 미해결, 북·미 적대관계 지속, 경제난 등 부정적인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2005년에 7차 당대회가 개최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우상화 및 친정체제 공고화>
북한은 2005년에 주요 정치행사를 통해 김정일 중심의 일심단결과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충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2월초 개최 예정인 ‘선군혁명총진군대회’에서도 ‘유일적 영도체계의 확립’을 위한 당과 군대의 혼연일체가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친정체제를 통해 권력의 안정화를 추구할 것이며, 권력승계 움직임을 적극 차단하는 권력 정비작업이 예상되기 때문에, 2005년에 북한의 권력승계가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대교체와 숙청작업>
북한은 경제발전, 대외관계 개선, 남북관계 발전 등에 대비하기 위해 2005년에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경제관료와 혁명 3세대(30-40대)가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으며, 특히 김용순의 사망으로 인한 대남관련 부서의 인원 교체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또한 개정 형법을 근거로 당, 군대, 국가기관의 핵심관료들에 대한 숙정작업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당조직 정비 차원에서 비서국의 핵심 당국자들에 대한 숙청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형법의 군기강 조항을 근거로 군 내부단속도 본격화 할 것이다. 이밖에 고급관료들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단속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나. 군사동향

북한은 2005년에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에 대한 억지력 과시와 위기조성을 통한 대내 결속력 강화를 위해서 각종 정치군사적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다. 지대함 미사일 시험발사, 전국적인 공습훈련 등 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이며, 전군에 대해 전투준비태세 강화 명령을 하달하고 군사상교육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05년년에 북한이 대미협상력 제고와 한국내 안보불안 심리를 유도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고조 행위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핵개발 관련 중대선언, DMZ 일대의 군사적 긴장조성, NLL 주변 해상의 무력시위 등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다. 경제 동향

<식량 및 생필품의 공급 부족과 비공식 부문 활성화>
2004년 북한의 식량생산은 한계수요 430만톤에 못 미치는 390만톤 정도에 불과했으며, 2005년에 핵문제 해결에 의해 대외경제협력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북한의 식량 수급상황은 2004년에 비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공식부문의 물자부족으로 장마당, 농민시장 등 비공식 부문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장마당을 통해 획득하는 생필품의 비중과 중국산 물품 및 남한 제품의 유통 비율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관리 개선 후속 조치>
북한에서 2005년에 7.1경제관리개선 후속조치로서 분야별 경제개혁조치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성 증대를 위해 산업부문에서는 기업의 자율성 확대와 채산성 중시, 인센티브제 확대, 소규모 서비스업의 개인 경영 확대 등이 실시될 전망이며, 농업부문에서는 4-5개 농가의 농지 경작을 허용하는 농가책임생산제(포전제)가 실시되고 토지, 건물, 기계 등의 개인 임대가 허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장상황에 맞춘 상품가격 조정, 농민시장 및 종합시장에서 식량 및 생활용품의 구입절차 간소화 등의 시장 및 유통분야의 개선조치가 실시될 수도 있다. 아울러 화폐단위 변경(디노미네이션), 종합시장에 대한 물품세, 거래세, 소득세 등의 부과, 기업의 시장판매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 등과 같은 금융개혁 및 세제개혁이 이루어질 여지도 있다. 또한 대외무역의 확대를 위해 기업소단위까지 대외무역의 허용, 자유경제무역지대내 합영·합작회사의 설립 자유화, 무역회사의 설립 여건 완화, 교역대상국 및 교역 품목의 다양화 등이 실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 사회 동향

<사상교양 및 집단주의 강화>
북한은 2005년에 경제난으로 인한 체제의 정통성 실추와 자본주의 문물의 유입에 따른 주민의 사상적 이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사상교양을 통한 사회통합 유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물가의 급등, 시장에서의 물품 구매, 화폐경제로의 이행 등으로 인한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사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의 기초는 집단주의”라는 선전을 강화할 것이며, 이를 통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려고 할 것이다.

<외부정보의 유통 단속>
북한은 식량 획득을 위한 중국 왕래자의 수적 증가, 종합시장을 통한 외부 정보의 유통 증가 등으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 휴대전화 회수, 주민 이동 통제 등과 같은 단속 조치들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TV, 녹음기, 외국 영화와 비디오 등의 거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은 개정 형법에서 ‘사회주의문화를 침해한 범죄’를 별도의 장으로 설정하고 ‘적대방송 청취죄’나 ‘퇴폐문화반입 유포죄’ 등을 신설한 바 있다.

<일탈행위에 대한 물리적 통제 완화>
북한은 경제회생과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개혁조치를 도입하는 한편 주민들의 일탈행위를 부분적으로 묵인하면서 처벌보다는 부작용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면, 농민들이 텃밭 일에 보다 전념하는 현상을 묵인하거나, 생계유지를 위한 일탈행위나 탈북자에 대한 처벌 등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2. 대외동향

가. 대미관계

북한은 2005년 초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 등 미국의 대북정책을 분석한 뒤, 6자회담 및 부시행정부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만약 6자회담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신축성을 보이고 대북안전보장 및 경제보상이 구체화될 경우, 북한이 핵폐기에 동의할 가능성도 예측된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 미국이 선핵폐기후 보상이라는 기존방침을 고수할 경우, 북한이 쉽사리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 북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경제제재의 강화, 외교적·군사적 조치 등을 취할 경우, 북한은 벼랑끝전술을 구사하는 한편, 남북회담, 중·러관계 강화, 대일 접촉 등에 의해 미국의 압박을 완화하려 시도할 것이다.

나. 대중·러 및 대일관계

북한은 미국의 대북압박을 중화시키기 위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대미관계 개선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차원에서 일본에 대해 우회접근전략을 구사하려 할 것이나, 납치 일본인의 가짜 유골문제로 일본내 대북여론이 극도로 악화됨에 따라 2005년의 북·일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 대유럽연합 및 아시아관계

북한은 미국의 강경정책 견제차원에서 유럽연합과 아시아 국가들에게 접근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유럽연합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응하고 경제회생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을 획득하려 할 것이며, 아시아국가로부터도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3. 대남동향

2005년 상반기 북한은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 진척과 금강산 관광사업 활성화 등 경제적 실리확보를 위해서 남북대화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상반기 쌀·비료의 확보를 위해서도 남북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은 해방 60주년, 당 창건 60주년, 선군정치 발표 10주년이므로, 북한은 남북관계 진전을 대내외에 과시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형태가 되든지 남북대화를 필요로 하는 측면이 있다.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화될 경우, 북핵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됨으로써 북한은 한국에게 대북지원 및 남북경협의 확대를 요청할 것이다. 반면, 부시 2기 행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할 경우, 북한은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남북대화를 필요로 할 것이다.

Ⅳ.남북관계 전망

1.남북대화

2005년 초 북핵문제의 해결, 남북관계 복원 등을 위해서 남북특사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확인, 남북경협확대 요구 등을 위해 특사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특사회담에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전반적인 구도가 합의될 경우, 15차 남북장관급회담 개최에 의해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다. 다만,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조문파동, 탈북자문제 등에 대한 공식·비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이 다같이 경제협력을 위한 후속 협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2005년에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 경제분야의 회담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농업, 어업, 환경 등에서 남북협력사업이 추진될 경우, 이와 관련된 경제실무회담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진전과정에서 남북국회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국회회담은 구체적인 사안보다는 남북화해·협력의 분위기 조성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대북압박이 강화될 경우, 북한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남북군사회담의 필요성을 인식함으로써 남북장성급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군사적 긴장완화에 관한 합의사항 이행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북핵문제에서 돌파구가 열릴 경우에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일위원장의 서울 답방 원칙에 충실하기보다는 한반도평화정착과 협력을 위한 실무적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남북정상회담은 개성이나 판문점에서 개최될 수도 있으며, 주요 의제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6.15 공동선언의 이행, 남북관계의 발전, 한반도평화정착 등이 될 것이다.

2. 교류협력

2005년 남북 교류·협력은 전반적으로 북핵문제의 해결양상 및 남북대화 복원과 연관되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남북 교역, 위탁가공무역, 기타 협력사업이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 경협사업을 중심으로 기존의 남북경제협력은 진전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2005년 말 철도연결이 예상되며, 북한의 금강산 관광지구의 원산시까지 확대 결정과 현대아산의 수익상태 개선 등으로 금강산관광의 활성화도 예상된다. 다만, 2005년 현대 아산의 금강산 관광대금 미지급문제가 장애요인으로 대두할 가능성도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통신문제, 출입절차 간소화 등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사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다만, 전략물자 반출 문제는 북핵문제의 해결과 연관되어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5년에는 해방 60주년, 6.15공동선언 5주년 등을 계기로 남북한간 사회·문화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민간부문의 교류협력 확대를 6.15공동선언의 성과로 선전하고자 할 것이다. 2004년 11월 남북 민간대표의 합의에 따라 2005년 6.15 행사는 평양에서, 8.15 행사는 남한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측된다.

3. 인도주의문제

2005년에 북핵문제와 인권문제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3억 3,128만 달러에 달했던 2004년에 비해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대북지원과 인권개선에 연계 되어 있으며, EU도 북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기술적 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 납치자 가짜 유골문제로 식량 및 의약품 제공을 중단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분야별로 전문화되고 단순 지원보다 개발지원을 지향할 것이며, 남북관계가 복원될 경우,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matching-fund 방식의 지원(2004년 100억 원) 확대, 대북지원 민관정책협의회의 활성화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이산가족 면회소의 착공과 함께 면회소 운영방식, 생사주소 확인, 서신교환 규모의 확대, 상봉 정례화 문제 등에 대한 협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로 탈북자 지원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획망명 등 대규모 탈북유도 노력도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거론에 대해서 기존의 방어적·비판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그러나 개정 형법에서 죄형 법정주의, 탈북자처벌 완화 조항 등을 신설한 것을 감안할 때, 북한이 인도적 지원 확보 및 국제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선별적으로 인권개선 요구에 호응하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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