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수단 말이라면 뭐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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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23일 입국한 북한선수단 1진에는 2명의 기자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선수단과 함께 선수촌으로 가 즉석에서 '행정역원'으로 신분을 변경한 후 선수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선수단이 개별적으로 직접 발급받게 돼 있는 AD카드도 '번거롭다'는 이유로 직원 한명이 대표로 받아갔다.

다른 나라 선수단은 모두 셔틀버스를 이용하지만 북한 선수단만은 일곱대의 전용버스를 사용한다. 연습 일정은 있으나마나다. 북한 선수단 사정에 따라 시간이 바뀌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북한 선수단만 비공개 훈련을 한다. 아예 취재진 접근을 막기도 하고, 취재진이 나가지 않으면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10여명씩 배치된 국정원 직원들은 한국 기자들은 물론 일본·중국 기자들의 취재도 앞장서서 막아준다. 비공개 훈련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에 위배된다.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나 선수촌·국정원은 북한 선수단이 요구하는 사항은 거의 다 들어준다.

아직 다른 나라 선수단이 본격 입국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국 취재진의 관심도 온통 북한 선수단에만 쏠려 있다.

주최국인 한국 선수단은 오히려 관심 밖이다.수영대표팀은 오후 7시에 훈련을 마친 뒤 셔틀버스가 오지 않아 각자 택시를 타고 오후 9시30분에야 선수촌으로 돌아왔다.

'부산 아시안게임'인지 '북한 아시안게임'인지 모를 정도다.

"과잉 보호 아니냐"는 지적에 관계자들의 대답은 한결같다."남북한의 특수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 측의 편의를 봐주는 차원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대회에 특별히 초청된 손님이 아니다. OCA 회원국 자격으로 정식으로 참가했다.

남북 특수관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북한만 유별나게 특별대우하는 것은 '하나의 아시아'를 표방하는 아시안게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다른 42개 참가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이벤트 성격이 짙은 '남북 통일축구'와는 차원이 다른 국제 종합대회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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