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찰단 98년 활동중단 美는 사찰과 별도로 공격준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이라크는 1990년 8월 원유를 훔쳐간다는 이유를 들어 쿠웨이트를 침공했어요. 유엔 안보리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이라크에 군대를 동원하기로 결정하고, 91년 2월 미군이 주축이 된 다국적군을 파병해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냅니다. 이를 걸프전이라고 부르죠.

그해 4월 안보리는 결의안 687호를 채택,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사찰하기로 결정합니다. 유엔특별위원회(UNSCOM)라는 사찰단도 새로 만들어 이라크에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라크가 사린가스 같은 화학무기를 만들었고 핵무기 개발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그러나 이라크는 미국인 사찰단원들은 스파이라며 화학무기 생산공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사찰단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위협하며 사찰을 계속 방해했어요. 97년 10월 사찰단은 대량살상무기를 숨겨놓은 장소로 의심되는 대통령궁을 조사하겠다고 요구합니다. 이라크는 "대통령궁까지 들어가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맞섰어요. 다음해 8월에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나서서 유엔 사찰을 거부한다고 선언했고, 사찰단원은 4개월 후 모두 철수했어요. 직후 미국과 영국이 전폭기를 동원해 이라크를 공습하기도 했지만 이라크의 거부로 지금까지 사찰이 중단된 상태랍니다.

안보리는 99년 UNSCOM을 해체하고 유엔 모니터링·검증·사찰위원회(UNMOVIC)라는 후속 사찰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사찰이 지지부진한 데다 UNSCOM 사찰단원들이 실제로 첩보활동을 했다는 논란이 유엔 내에서도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9·11 테러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이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라크를 '악의 축' 국가라고 선언했어요. 무기사찰을 받지 않으면 독자적인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발표하자 결국 이라크는 지난 17일 무조건 무기사찰을 받겠다고 물러서지요. 그러나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몰아내는 것이 목표라며 공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관련 주요 결의

678호 1990.1.29 이라크군 쿠웨이트에서 퇴각 촉구

687호 90.4.3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과 사찰단(유엔특별위원회·UNSCOM) 발족 결의

707호 91.8.15 이라크 내 핵 시설 전면 가동중단 요구

715호 91.10.11 유엔·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협조 촉구

949호 94.10.15 쿠웨이트 접경지역 배치 병력 퇴각 촉구

1051호 96.3.27 대량살상무기 전용가능 물자 공개 지시

1060호 96.6.12 사찰단의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 접근 허용 촉구

1137호 97.11.12 사찰단 안전 위협 중단 요구

1154호 98.3.2 사찰 방해는 심각한 결과 초래 경고

1194호 98.9.9 이라크의 사찰 전면중단 선언 규탄

1205호 98.11.5 사찰 재개 촉구

1284호 99.12.17 UNSCOM 해체 후속기구로 유엔 모니터링·검증·사찰위원회(UNMOVIC) 발족

자료=유엔 안전보장이사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