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경제특구 성공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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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경제특구의 모델로 싱가포르를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에 대해 이곳을 방문한 인사들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싱가포르가 좋은 모델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싱가포르식 구도에 한국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든지 성공의 일부만을 확대해석하는 극단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경제특구 건설에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싱가포르의 경험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싱가포르 토지의 80% 가량은 정부소유다. 공단을 건설해도 땅을 분양하지 않고 장기로 임대한다.이 방식의 장점은 임대수익을 지속적으로 재투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 추진 중인 경제특구들도 일단 정부소유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싱가포르식 특구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은 갖췄다. 그러나 신도시식으로 땅을 분양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땅 분양을 통해 기반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민간에 일단 분양되면 당초 계획에 맞춰 장기적인 시각에서 공단조성 및 운영을 해나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싱가포르 성공의 동력은 청렴하고 의욕적인 관료들이다. 싱가포르가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이들이 좋은 계획을 세우고, 좋은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특구의 성공에도 특구를 만들고 관리할 관료들의 경쟁력이 관건이다. 이런 관료 집단을 한국에서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차선책으로 전문가를 수입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은 히딩크라는 외국인 코치를 수입해서 지난 월드컵에서 전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그가 쌓은 축구 선진국에서의 경험과, 학연·지연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 성공의 배경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특구사업에만 전력할 수 있는 능력있고 경험있는 외국인 관료를 수입한다면 강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싱가포르 관료들은 수입대상 영(0)순위다. 싱가포르 정부가 해외공단건설을 국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만큼 싱가포르 정부의 협조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싱가포르는 갖가지 혜택을 주고 외국기업을 유치했지만 잡음이 없다. 그 성과가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외국기업 유치라는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의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국정부가 특구를 건설하려는 것은 일종의 불균형 발전전략이다. 한국 전체를 빨리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특정 지역을 선진국 수준으로 격상시키면 그 효과가 다른 지역에도 서서히 확산되리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불균형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찾는 것이 특구사업 성공에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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