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자충이 빚어낸 참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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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제3보 (35~44)]
黑 . 저우허양 9단 白.왕시 5단

35로 절단할 무렵 저우허양(周鶴洋)은 비로소 일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알아챘다. 흑▲ 석점과 백△ 석점은 가치나 발전성에서 백쪽이 월등하다. 흑이 이 같은 나쁜(?) 교환을 감행한 것은 백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일이 제대로 되려면 '참고도1'의 흑1로 끊을 수 있어야 한다. 애초 흑의 목표가 우변 백을 공격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백2~8까지 수순으로 금방 될 듯하면서도 흑이 잡히고 만다. 부득이 37로 끊었다. 만약 끊지 않는다면 흑▲들이 대악수임을 자백하는 것. 그러니 운명적으로 35라도 끊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왕시(王檄)는 이 경우에도 미리 준비해둔 것이 있었다.

바로 36의 젖힘. 이 한점을 희생해 42까지 회돌이친 뒤 44로 잇자 흑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흑이 얼마나 망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참고도2'와 비교해 보면 된다(43=이음).

박치문 전문기자

***이세돌, 도요타덴소배 우승

이세돌9단이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을 2대1로 꺾고 제2회 도요타덴소배 세계바둑선수권전 우승컵을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배 우승에 이어 연속 대어를 낚은 22세의 이세돌은 세계대회서만 통산 다섯번 우승을 거뒀다. 반면 한국바둑에 가로막혀 준우승만 다섯번을 거듭해온 창하오9단은 또 한번의 준우승에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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